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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규제완화가 절대선인가
입력2008-02-17 17:07:32
수정
2008.02.17 17:07:32
“제2의 외환위기나 카드사태가 터져야 새 정부가 정신차릴 모양이다. 섣부른 규제완화가 몰고올 부작용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
차기정부의 규제개혁 드라이브에 대해 관료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과거 공무원들의 고압적인 태도나 규제 만능에 이가 갈렸는지 이 같은 반발을 정면돌파할 기세다. 더구나 국민들도 박수를 치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경제규제 50건당 공무원을 1%씩 줄이겠다’는 식의 ‘불도저식’ 규제완화 만능주의에 대해서는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 환경ㆍ위생ㆍ안전 등의 규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 건전성, 집값 안정, 공정거래 등도 꼭 규제가 필요한 분야다.
실제 선진국들은 시장 진입 규제는 완화하지만 시장 감시나 건전성 규제는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가령 법률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로스쿨 정원은 늘려야 하지만 변호사들의 수임료 담합이나 불성실 변론 등에 대해서는 철퇴를 내리는 게 정상이다.
“규제를 없애지 않으면 자기 자리를 없앤다는 데 저항할 공무원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는 한 중앙 관료의 푸념처럼 이러다 정말 꼭 필요한 규제가 없어져 사고나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YS 정부 때 섣부른 자본ㆍ외환시장 자유화,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 미비 때문에 외환위기를 맞은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환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승수 당시 재정경제원 부총리나 강만수 재경원 차관 등이 각각 차기정부의 총리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할 예정이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규제 때문에 사업 못한다”고 아우성치고 정치권은 국민들의 ‘반(反)공무원 정서’에 기대어 시장 감시에 손을 놓은 뒤 사고가 터지면 국민들의 혈세로 뒷감당하는 사태가 반복될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따지고 보면 이 당선인도 숭례문 전소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서울시장 시절에 숭례문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준 것은 잘 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안전장치는 마련했어야 한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지 않는가.
“외국인 투자가들은 규제 없는 나라가 아니라 건전하고 투명한 규제를 갖춘 나라를 좋아한다. 합리적인 규제가 없으면 부패가 판치고 투자의 예측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차기정부가 그토록 늘어나기를 원한다는 한 외국인 투자가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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