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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 '실리 축구' 득세에 '보는 재미' 줄었다
입력2010-07-11 18:12:31
수정
2010.07.11 18:12:31
강동효 기자
강호들도 수비에 초점 둬 득점력 '경기당 2.28골' 그쳐<br>獨, 우루과이에 3대2로 재역전승 3위 '최고의 명승부'
선제골과 동점골, 역전골과 동점골, 재역전골.
축구의 황제 펠레가 "축구 경기는 한 골 차이 승부가 가장 재미있고 그 중에서도 3대2 스코어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펠레 스코어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승부로 축구팬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준다. 사상 처음으로 '검은 대륙'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는 펠레 스코어가 세 차례 나왔다.
슬로바키아-이탈리아의 조별예선, 네덜란드-우루과이의 4강전에 이어 독일-우루과이의 3ㆍ4위전이 3대2로 종료됐다. 이 가운데 슬로바키아-이탈리아, 네덜란드-우루과이 경기는 3대1의 상황에서 후반 추가시간 만회골이 터진 것이어서 극적인 재미는 덜 했다. 순도 높은 펠레스코어는 3ㆍ4위전에서 나왔다.
양팀은 역전과 재역전의 명승부를 연출해 흥미로운 명승부가 드물었던 이번 월드컵 최고의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번 대회는 64경기를 치르기 시작한 1994년 프랑스대회(경기당 평균 2.7골) 이래 역대 최저골을 기록했던 2006독일월드컵(경기당 평균 2.3골)의 평균 골 수준에 그쳐 '재미있는 축구의 실종'이라는 우려를 안고 막을 내리게 됐다.
◇독일 2대회 연속 3위 달성= 독일과 우루과이의 3ㆍ4위전은 결승전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경기였지만 최고의 명승부로 축구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독일은 11일(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에서 펼쳐진 2010남아공월드컵 3ㆍ4위전에서 후반 37분 자미 케디라의 결승 헤딩골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다. 독일은 지난 2006년에 이어 2대회 연속 3위의 '우수한 성적표'를 받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고 우루과이는 1970년 멕시코 대회에 이어 40년 만의 4위에 만족해야 했다.
선제골은 독일이 기록했다. 전반 19분 우루과이 골키퍼 페르난도 무슬레라가 독일의 바스티안 슈바인스타이거의 중거리 슈팅을 펀칭으로 쳐내자 토마스 뮐러가 뛰어들며 다시 차 넣어 골망을 갈랐다. 0대1로 뒤진 우루과이는 전반 28분 에딘손 카바니가 전진패스를 이어받아 동점을 만들었다. 1대1로 맞선 후반 우루과이는 6분만에 '캡틴' 디에고 포를란의 역전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독일은 후반 11분 얀센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고 26분 뒤 승부를 결정 짓는 재역전골을 꽂아 넣었다.
뮐러와 포를란은 이날 사이 좋게 이번 대회 5호골을 터뜨리며 월드컵을 마쳤다. 독일산 점쟁이 문어는 이 경기의 승패도 맞춰 이번 월드컵 최고의 스타가 됐다.
◇재미있는 축구의 실종, 실리 축구의 득세= 3ㆍ4위전은 보기 드문 명승부였지만 이번 월드컵은 전반적으로 실리축구', '수비축구'가 대세여서 흥미가 떨어졌다. 공격성이 강했던 전통 강호들도 안정된 수비에 초점을 맞춰 득점력이 저조했다. 3ㆍ4위전까지 터진 골은 144개로 경기당 2.28골 밖에 되지 않았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역대 평균 최저골을 기록한) 2006독일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의 핵심은 골이다. 골이 없으면 관중이 떠난다"며 우려를 표명했지만 4년 만에 다시 열린 월드컵에서 수비 경향은 더욱 강화된 셈이다.
화려한 '삼바축구'를 버리고 '실리축구'를 시험했던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을 '재미없게 만든 주범'으로 꼽혔다. 둥가 감독은 공격성이 강한 브라질의 체질을 바꿔 월드컵에 나섰고 브라질은 본선 3경기에서 고작 5골을 넣는데 그쳐 팬들의 원성을 샀다. 네덜란드의 축구 영웅 요한 크루이프가 "브라질 경기는 돈 내고 볼 가치가 없다"고 쏘아붙이기까지 했을 정도다. 8강에서 네덜란드에 패한 둥가 감독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고 결국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함께 8강에서 탈락했지만 아르헨티나의 공격 지향성을 극대화해 본국에 돌아간 뒤 대환영을 받았던 마라도나 감독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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