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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보기술(IT)의 간판 기업인 인텔과 IBM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1ㆍ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이 IT산업의 미래에 대한 미심쩍은 눈초리를 거두기 시작했다. 인텔 실적 호조가 IT산업 전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끌어올리는 ‘인텔 효과’는 이번 어닝 시즌에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IBM은 올해 1ㆍ4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7.7% 늘어난 246억 달러를 기록해 10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으며, 순이익도 10% 증가한 29억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인텔도 매출과 순익이 각각 전년동기대비 25%와 34%씩 증가했다는 실적을 내놓았다. 두 기업 모두 시장의 예상을 훌쩍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의 인기에 따른 PC시장 위축에 지난달 일본 대지진 여파까지 겹쳐 IT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PC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스마트폰이 주축이 된 IT 환경 변화로 기업들의 하드웨어 투자가 증가하면서 주요 IT업체들은 예상 상 밖의 실적 호조를 누리게 됐다. 신흥시장의 수요도 IT산업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인텔의 경우 미국과 유럽 시장의 노트북PC 소매점 판매는 다소 부진했던 반면,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 고객 수요가 기대치를 웃돌며 이를 상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 기업에 대한 투자 열기는 점차 다른 신예 IT기업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실리콘밸리에 모처럼의 호황을 일으키고 있다. 당초 우려대로 PC 소매 판매가 다소 위축시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급속도로 보급되는 스마트폰은 기업들의 서버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촉발하면서 IT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IBM의 하드웨어 매출이 19% 급증했으며, 인텔 역시 서버 시스템에 쓰이는 칩과 하드웨어 부문의 매출이 32% 증가했다”며 “기업들이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을 새로 구축하거나 확장함에 따라 서버 시스템을 포함한 대형 컴퓨터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모회사 AMR의 몬테 포드 최고정보책임자(CFO)는 대다수 기업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앱 서비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IT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투자매체인 ‘더스트리트닷컴’의 다니엘 플랙스 최고정보책임자(CIO)도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구입하고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모바일 관련 부분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올해 IT 예산을 5% 가량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열기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WSJ은 미국 벤처캐피탈협회를 인용, 지난해 벤처캐피탈의 실리콘밸리 투자가 3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해 218억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ㆍ4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76%나 급증한 70억 달러의 투자자금이 몰렸다고 전했다. 특히 트위터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신예 IT기업들이 탄탄한 고객층과 수익 기반을 과시함에 따라, 이들 기업은 90년대 후반에 ‘IT버블’을 일으켰던 닷컴 기업들과는 분명 다르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IT산업 전반에 대한 낙관론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골드만삭스는 19일 올해 태블릿PC가 PC 판매의 35%를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로스캐피털파트너스의 아르납 찬다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PC시장에 대한 전망이 과도하게 비관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모바일 기기에 시장을 잠식당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제조업체 시게이트는 1ㆍ4분기에 82%의 이익 감소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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