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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이 멀다 하고 도박을 일삼던 남편은 결혼 1년이 채 안 돼 임신한 정혜수(38ㆍ가명)씨를 내버려두고 훌쩍 집을 나갔다. 재작년 출산 후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깨우쳐가는 아이를 근심 없이 기쁜 마음으로만 바라보기에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되는 생계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해 4월 벼랑 끝에 선 정씨에게 희망의 손길을 내민 것은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학창시절 글 한 자 들여다 본 적 없던 정씨는 난생 처음으로 밤새 책과 씨름한 끝에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11월 한 어린이집에 취업했다.
고용노동부는 23일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우수사례 31편을 묶은 '내일을 꿈꾸는 희망 이야기'를 발간했다.
사례집에는 불우한 처지와 암울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취업이라는 희망을 일궈낸 주인공들의 분투기가 담겼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이 단 한 번의 취업 성공으로 해피엔딩으로 갈무리된 것은 아니다. 대다수 인생사가 그렇듯 이들의 녹록지 않은 현실도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고난에 부딪힌다.
정씨가 어린이집에 나가기 시작한 후 얼마 안 돼 남편이 위암 말기라며 다시 찾아왔다. 고민 끝에 남편을 받아들여 병 간호를 시작했지만 이내 숨을 거뒀다.
정씨는 "모아둔 월급과 고용부에서 받은 취업성공수당 100만원을 모두 쓴 탓에 월 10만원짜리 지하 셋방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면서도 "취업성공패키지는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바닥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고마운 존재"라고 전했다.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두 딸을 키우다 취업성공패키지의 도움으로 쇼핑몰을 연 김미영(38ㆍ가명)씨도 "그동안 쌓인 빚을 갚으려면 숨이 턱턱 막히지만 창업 성공으로 아빠와 엄마 역할을 혼자 충실히 해내는 '엄빠'로 거듭날 자신이 생겼다"며 희망에 부풀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개인별 특성과 능력에 따라 단계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기간은 9~12개월이며 참여기간에 정해진 요건에 따라 매월 수당(최대 31만6,000원)이 지급된다. 정씨처럼 취업에 성공하면 최대 100만원의 성공수당도 지급된다.
지난해까지는 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했지만 올해부터는 미취업 청년층과 일정 소득 이하의 중장년층도 참여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취업성공패키지 www.work.go.kr/pkg, 청년층 YES 프로젝트 www.work.go.kr/yes, 중장년층 새일 찾기 프로젝트 www.work.go.kr/newjob)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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