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감독 태훈(임형국 분)은 새 영화의 사전 조사를 위해 일본 나라현의 소도시 고조 시를 찾는다. 고조 시는 젊은이보다 어르신이 훨씬 많은, 그래서 고요하지만 다소 쇠락해가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태훈은 조감독 미정(김새벽 분)과 함께 마을 곳곳을 누비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기억을 듣는다. 특히 한 때 배우를 꿈꿨다는 시청직원 유스케(이와세 료 분)와 겐지라는 중년 남성의 첫 사랑 이야기가 인상에 남았는지 태훈은 이상한 꿈마저 꾼다. 느른한 여름 밤, 잠에서 깬 태훈은 때마침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에 시선을 뺏긴다
#2. 나라 현에서 차로 2시간 가량 더 들어가야 하는 고조 시를 여행 삼아 찾은 혜정(김새벽 분)은 마을 안내 센터에서 감 농사꾼인 유스케(이와세 료 분)를 만난다. 혜정은 길을 안내해주겠다는 유스케의 친절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고조 시 이곳저곳을 함께 걷는다. 조용한 곳을 찾는다는 혜정의 말에 유스케는 조금 더 산 깊은 아버지의 고향 시노하라를 소개하고, 두 사람의 인연은 조금 더 이어진다. 그렇게 이틀을 함께 보낸 두 사람, 다음 날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혜정의 말에 유스케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함께 불꽃놀이를 보러 갈 것을 청한다.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사진)'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을 주는 흑백의 1부와 로맨틱하고 컬러풀한 2부로 구성된다. 사뭇 다른 느낌의 두 이야기가 보기 좋게 엮였다. 덕분에 개별로는 평범한 듯 한 이야기들이 독특한 빛을 갖게 됐다.
1부와 2부의 관계를 유추해 보는 것이 영화의 숨겨진 재미인데, 일단 1부에 등장한 영화 감독이 사전 조사를 통해 만들어낸 영화가 2부의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무리 없는 해석이다. 하지만 정답이 있진 않고 정답이 필요한 영화도 아니다. 두 이야기는 전혀 관계가 없는 완전히 독립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고, 1부에서 시청직원으로 나왔던 유스케가 지나가듯 언급한 과거의 로맨스로 해석할 수도 있다. 상상을 더해 1부의 감독이 깨지 않고 꾸는 꿈이라고 해도 그건 그거대로 괜찮지 않을까.
영화의 인상은 깨끗하고 맑다. 여름 한가운데 햇살이 내리쬐는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청량하고 목가적이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꾸밈없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데는 배우들의 몫이 컸다.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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