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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책 읽는 나라에 미래가 있다
입력2007-08-24 16:48:23
수정
2007.08.24 16:48:23
입추(8일)도 지나고 말복(14일)과 처서(23일)도 지났다. 세월은 어김없고 물 흐르는 듯해 어느새 가을의 문지방을 넘어서고 있다. 짜증스러운 무더위도 이 주말이 고비라고 한다. 잦은 비, 짜증스러운 무더위에 시달리던 올 여름도 잦아드는 매미의 노랫소리와 더불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이렇게 독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독서의 즐거움과 유익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책읽기는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서라느니, 살기 바빠서라느니 하는 소리는 한갓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네 선현들은 난세일수록 책읽기를 더욱 즐겨하고 열심히 했다.
그분들이라고 해서 시간이 넘쳐나고 물질적으로 풍족해서 책을 즐겨 읽었겠는가. 시국이 어지러울수록, 삶이 고단할수록 책 속에서 올바른 길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독서삼매경에 빠져 난세의 시름을 한때나마 잊으려 했던 것이다. 독서는 곧 호연지기와 학문연마라는 풍류정신의 한 면모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책읽기를 점점 멀리하고 있으니 큰일이라는 생각이다. 책 속에 길이 있고 독서가 곧 국력이란 말은 이미 옛말이 돼버린 듯하다.
국민의 독서량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독서는 단순히 여가를 즐기는 문화 활동의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인류사는 책에 의해 발전해왔고 또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가 갈수록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 나라의 장래가 매우 걱정스럽다. 이를 단순히 TV의 대량보급이나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에만 그 책임을 돌릴 수 없다. 열악한 독서환경, 갈수록 떨어지는 독서에 대한 관심도도 무시할 수 없다. 학생들을 입시지옥으로 몰아넣어 독서할 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는 잘못된 교육제도에도 책임이 크다.
얼마 전 미국의 다국적 여론조사기관인 NOP월드가 전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주당 독서시간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이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책을 읽지 않는 나라 사람들이라니. 참 부끄러운 조사 내용 아닌가.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ㆍ신문ㆍ잡지 등 활자매체를 읽는 데 소비하는 시간은 주당 3.1시간으로 1위인 인도 10.7시간의 3분의1수준에 불과했으며 독서시간도 30개국의 평균치인 6.5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쳐 조사대상 30개국 가운데 불명예스러운 꼴찌로 나타났다.
또 한편, 한국출판문화연구소가 전국의 만18세 이상 성인 1,000명과 전국의 초ㆍ중ㆍ고교생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6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책을 한 권 이상 읽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성인은 76%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어른의 24%는 일 년 내내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역시 창피스러운 조사 결과다.
토요휴무제 탓인지 독서시간도 평일 37분인데 비해 주말은 34분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책읽기보다는 놀기 바빴다는 말이다. 반면 영상매체접속시간은 일일 120분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기야 전국의 도서관 없는 학교가 20%에 이르고 그나마 있는 공공도서관ㆍ학교도서관이 시험공부방으로 둔갑한 지도 오래됐으니 국민의 의식수준만 탓할 일도 아니다.
사정이 이러니 참고서 아닌 인문서적이 잘 팔릴 리가 없다. 가끔 동네 서점에 가서 물어보면 전보다 책이 훨씬 더 안 팔린다고 한다. 이런 황폐한 문화적 풍토에서 작가들은 어떻게 살아가며 문화강국이니 뭐니 하는 낯간지러운 소리가 당국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겠는가.
아무리 대선(大選)도 중요하고 정치도 중요하지만 나라의 밝은 앞날을 위해 사회 전체가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자. 이를 위해 먼저 어른들부터 놀거나 싸우는 것보다 책 읽는 모범을 보여야 하겠다. 입추를 지나 책 읽기 좋은 가을로 들어섰다. 당장 이 가을부터 꾸준히 책 읽는 습관을 되찾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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