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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들은 어디로 갔을까.’ ‘소녀시대’를 맞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30일 개막한 힐스테이트 서경오픈(총상금 3억원)에서는 신세대들의 초강세가 더욱 뚜렷하다. 대회마다 순위표 상위권의 절반 이상이 20세 전후 선수들로 도배되다시피 하는 현실이지만 이번엔 여느 때보다 정도가 심하다. 이날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30위 이내 가운데 25세가 넘는 선수는 나란히 이븐파 72타를 친 이정화(30)와 연용남(37) 등 2명뿐이다. 요즘 KLPGA투어에선 20대 중반만 돼도 ‘베테랑’ 소릴 듣게 됐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아직 1라운드가 끝났을 뿐이지만 중견 선수의 우승은 이번에도 힘들어 보인다. KLPGA투어에서 30대 이상 챔피언은 지난 2003년 하이트컵에서 우승한 김순희(40ㆍ기가골프)를 끝으로 실종됐다. 이 대회 들어 중견들의 약세가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코스 길이와 무관치 않다. 경기 용인의 레이크사이드CC 동코스(파72)는 전장이 6,608야드에 이른다. 올 시즌 9번째인 KLPGA 대회 코스 가운데 가장 길고 한국프로골프(KPGA) 금호아시아나오픈이 진행중인 아시아나CC 동코스(6,750야드)와 큰 차이가 없다. 신세대 강세의 원동력은 우선 파워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 공식 통계기록 집계 업체인 ㈜씨앤피에스가 이날 9번홀(파5)에서 측정한 드라이버 샷 거리를 보면 ‘소녀군단’과 30대 이상의 차이는 최대 40m(약 50야드)나 됐다. 약간 오르막인 데다 맞바람이 있어 전체적으로 평소보다 거리가 덜 났으나 비슷한 조건임을 감안하면 큰 차이다. 가장 멀리 보낸 선수는 안선주(21ㆍ하이마트)와 주미리(21)로 나란히 230m를 때렸다. 이어 김혜윤(19ㆍ하이마트)이 227m, 신지애(20ㆍ하이마트)와 윤슬아(22ㆍ세계투어)가 225m를 기록했다. 안선주는 뉴서울CC에서 열린 지난해 대회 때도 평균 281.8야드로 최장타자에 올랐었다. 이들은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이오순(45)과 연용남, 이주은(31ㆍ현대아산) 등은 190~200m 정도에 그쳤다. 아이언 한 클럽 차이가 10야드 정도라고 봤을 때 3~4클럽까지 길게 잡아야 하는 중견들은 그 만큼 버디 기회를 자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속적인 신예 탄생으로 ‘마르지 않는 샘’ 같은 한국여자프로골프지만 중견들의 부활을 바라는 팬들의 기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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