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동안 더블보기만 1개 했을 뿐 보기 없이 버디를 잡던 이지영(22ㆍ하이마트)이 보기를 4개나 했다. 세계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도 인정한 장타를 앞세워 막판 역전을 노려보겠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지는 않았는데 플레이가 뜻대로 되지 않았고 오초아가 워낙 잘 했다”는 것이 이지영의 말이었다. 3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슈퍼스티션마운틴 골프장(파72ㆍ6,662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 대회(총상금 150만달러)는 결국 한국인 시즌 첫 승을 이루지 못한 채 또 한번 오초아의 기세를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전날 대회 54홀 신기록(16언더파 200타)으로 1타차 단독 선두가 됐던 오초아는 이날 6언더파를 보태며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로 무려 7타차 우승을 차지했다. 오초아의 최종 기록은 지난 2001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문밸리 골프장에서 한 라운드 59타 신기록을 작성하며 세운 대회 최소타(261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2004년부터 대회장을 슈퍼스티션마운틴 골프장으로 옮긴 이후는 이전 최소타를 4타 경신한 신기록이다. 시즌 3번째 출전에 2승째이며 2003년 LPGA데뷔 이후 통산 19승째, 대회 2연패였다.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를 챙긴 그녀는 시즌 상금 55만5,550달러로 랭킹 1위에 우뚝 섰다. 오초아의 거침없는 플레이는 후반으로 갈수록 빛이 났다. 2번홀과 4번홀 버디로 벌어 놓은 2타를 3번홀, 6번홀 보기로 잃었던 오초아는 8, 9번홀 연속 버디로 상승세를 만들더니 13번홀부터 3연속 버디 행진을 펼쳐 우승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홀 버디는 팬 서비스 차원이었다. 이에 비해 이지영은 중반부터 더 흔들렸다. 2, 4번홀 버디를 3, 5번홀 보기로 잃은 흐름은 오초아와 비슷했으나 오초아가 연속 버디를 잡는 동안 이지영은 11, 12번홀 줄보기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그나마 14번홀에서 1타를 줄이고 마지막 홀도 버디를 잡아 단독 2위를 지킨 데 만족해야 했다. 이지영과 함께 1타차 공동 2위였던 안젤라 스탠퍼드(미국)도 12번홀 보기에 13번홀 트리플 보기로 자멸해 오초아 추격의 끈을 완전히 놓쳤다. 스탠퍼드는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4위까지 밀렸다. 선두와 타수차가 컸던 선수들은 눈부신 플레이로 약진했다. 오초아에 10타나 뒤졌던 지은희(22ㆍ휠라코리아)가 7언더파 공동 데일리베스트를 날리며 합계 13언더파 공동 4위까지 치솟았고 8타 처졌던 미네이 블롬퀴스트(스웨덴)도 이날 5타를 줄여 합계 14언더파 단독 3위까지 올랐다. 박희영(21ㆍ이수건설)이 2언더파를 보태며 합계 11언더파를 기록, 아니카 소렌스탐과 공동 9위 동률을 이뤘다. 이 대회 톱 10에 든 한국 선수들은 이지영(2위), 지은희(공동 4위), 김초롱(공동6위), 박희영과 박인비(이상 공동 9위) 등 5명이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