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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대에 못 미친 한미 FTA 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이 막을 내렸다. 총 17개 분과 가운데 농업과 섬유ㆍ위생검역(SPS)ㆍ무역구제 등 4개 분과에서는 합의를 보지 못해 끝내 통합협정문 작성에 실패했다. 당초 예상보다 다소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는 셈이다. 물론 앞으로 4~5차례의 협상 테이블이 있고 우리 정부도 많은 준비를 하고 있어 오는 7월 서울 협상부터는 구체적인 양허안을 놓고 줄다리기가 이루어질 것이므로 너무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최고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 측이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 수용한 내용도 우리에게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낙관만 할 처지도 아니다. 더욱이 지난달 웬디 커틀러 미국 측 협상 수석대표가 “한국과의 FTA는 한국의 독특한 비관세 무역장벽을 없애는 조항을 만들어야 하는 등의 이유로 다른 나라의 경우보다 더 강도 높고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 측 요구는 우리의 세제ㆍ입법 등 전분야로 확산될 공산이 커 난관이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협상단은 과거 협상에서 흔히 저질렀듯이 작은 것을 버리지 못해 도리어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초기 협상부터 치밀한 전략과 유연한 협상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더 이상 국내에서의 협상 찬반논쟁은 무의미할 뿐이다. 또한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협상단의 주요 실무자들을 교체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과거 일본 등이 국제협상 때 퇴직 예정자의 정년을 연장하면서까지 최선을 다했던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에서 193개나 맺어진 FTA는 이제 세계 경제의 대세이다.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개방을 통해 능동적으로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이룰 수 있도록 기본 방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협상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노선이 지켜지지 않으면 협상을 중단하면 그만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협상의 결렬은 한미간에 씻을 수 없는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 서울 본협상에서 전향적인 경제협력의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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