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정치적 이슈 이용 '투쟁명분 키우기' 최근 경제상황 영향 강경투쟁 여론 지지 못받아100대 요구안, 친기업 정책에 일차적 선전포고산별대표 구성 14일까지 대정부 교섭 답변요청 이성기 기자 sklee@sed.co.kr 민주노총이 6일 미국 쇠고기 수입금지 투쟁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올 하투(夏鬪)가 새로운 양상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은 그동안 친기업 정책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원활한 협상'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을 누차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날 정치색 짙은 쇠고기 수입금지 투쟁과 함께 이영희 장관 퇴진까지 요구하며 '정치 투쟁'에 본격 나서면서 이명박 정부와 정면승부를 펼 것임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민노총이 투쟁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상태에서 정치적 이슈를 이용해 대의원들을 하나로 묶고 투쟁명분을 쌓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노총 무얼 노리나=민노총이 이날 강조한 '대정부 8대 분야 100대 요구안'은 친기업ㆍ시장 친화 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일차적 '선전포고'로 풀이된다. 그 선전포고에 대한 여론조성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쇠고기 수입금지 투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비즈니스 프렌들리'정책에 대해 본격 제동을 걸고 나서겠다는 것이다. 민노총은 이번 요구안에 대해 오는 14일까지 정부의 교섭 추진 여부에 대한 답을 요구하면서도 교섭 불응시 이미 예고한 대로 총파업에 나선다는 의도다. 정부가 밀어붙이면 노동계 역시 힘으로 맞서겠다는 태도다. 민노총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상당히 불편한 심기를 표출해왔다. 참여정부와는 달리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노조, 특히 민노총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 살리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강경투쟁 이미지를 갖고 있는 민노총을 주요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나타내왔던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민노총은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6~7월 총파업 불사 등 강경투쟁을 예고해왔는데 어려운 경제상황 등으로 인해 여론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민노총은 따라서 최근 정치ㆍ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투쟁에 동참함으로써 여론의 관심을 모으고 결국 하투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노총의 이런 움직임은 국내 노동운동의 근간을 형성해온 현대차 노조가 최근 사측에 올해 임금협상과 별도로 당초 예정에 없던 '임금손실 없는 주간 연속 2교대제 전환'을 요구, 사실상 강경투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올 하투가 상당히 험난할 것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첫 정부 교섭 요구=과거 특정 안건을 놓고 기자회견을 통한 요구는 있었지만 사회 각 분야를 망라한 민노총의 대정부 교섭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국회를 통한 입법화가 아닌 정부의 직접 대응을 요구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현재 국회 의석 분포상 범보수세력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국회를 통한 제도개선은 현실적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석행 위원장은 "현재 민주노동당 의석이 5석뿐이라 한계가 있다"며 "조합원의 요구를 묶어 대정부 교섭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 "정부와 성의 있는 교섭이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투쟁으로 맞불을 놓을 것"이라며 "결론은 얼마나 조합원을 조직하느냐는 '힘의 논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연금법 개정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인세 인하 등 6월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인 각종 법안이 노동자를 비롯한 전 민중의 삶을 파탄 낼 것"이라며 "100대 요구안의 관철을 위해 산별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교섭단을 꾸려 국무총리를 상대로 대정부 교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섭단은 이 위원장을 비롯, 민주노총 임원 3명과 공공운수연맹ㆍ금속노조ㆍ보건의료노조ㆍ전교조ㆍ사무금융연맹 대표 등 8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노총은 14일까지 정부의 답변을 기다린 뒤 교섭 요구 불응시 6월 말과 7월 초 파업을 포함, 총력 투쟁에 나설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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