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박보영 주연의 영화'늑대소년'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총 제작비는 약 30억원으로 손익분기점 150만 관객은 일찌감치 넘었고'건축학개론'이 세운 한국 멜로영화 역대 최고 흥행 기록 410만도 가뿐히 넘을 전망이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 개봉한'늑대소년'은 12일 하루 동안 전국 721개 스크린에서 약 15만 명의 관객을 모아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다. 누적관객은 376만 1,594명.
특히, 통상 비수기라 일컫는 11월에 꾸준히 관객을 모으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영화 흥행을 긍정적으로 점치는 이유다.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는 비단 올해만의 경향은 아니다. 지난해 비수기에 접어드는 9월 22일에 개봉한 '도가니'가 다소 무겁고 어두운 주제에도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46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이어 10월에 개봉한'완득이'도 500만 관객으로 예상 밖 흥행을 기록했다.'늑대소년'의 투자·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도 이런 선례를 본보기 삼아 비수기를 공략해 영화를 내 놓았고, 크게 흠 잡을 데 없는 영화적 완성도와 맞물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늑대소년'의 흥행에는 10대들의 힘이 기폭제가 되고 있다. 예매율은 10대가 20대에 못 미치지만 10대들은 예매를 해도 부모님 카드로 결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예매율에 다 반영되지 못하고, 예매보다는 현장구매가 많다는 것이 CJ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10대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입소문으로 이어져 영화 흥행에 탄력을 불어 넣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박루시아 홍보과장은"반응이 즉각적인 10대들이 영화를 보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활발히 영화에 대한 평을 올리고 있다"며 "이 같은 10대 관객의 강세와 지지가 영화 흥행에 한 몫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관객을 매료시킨 영화적 힘은 무엇일까.'늑대소년'의 제작을 맡은 영화사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는"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영원히 나만 기다리는 사랑'을 그려보고 싶다는 것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다. 그것을 조성희 감독이 늑대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감정의 판타지로 잘 녹여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늑대소년'에는 기존의 할리우드 판타지 멜로 영화(이를 테면'트와일라잇'시리즈)와는 다른 한국적 색채가 묻어 있다. 극 중 순이가 철수(늑대소년)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 늑대소년을 데려와 밥을 건네고 거리낌없이 한 식구로 받아들이는 장면 등에서는 한국 고유의 정(情)이 배어 있다"며"이 같은 정서가 비단 10대뿐 아니라 전 연령층의 공감을 자아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판타지적 요소와 어른을 위한 감성 동화 같은 느낌이 잘 버무려 졌다. 더불어 주연 배우 송중기가 지닌 스타 마케팅적 요소도 영화 흥행에 이바지 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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