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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6월 20일] 클래식 음악의 한류를 꿈꾼다
입력2009-06-19 16:43:51
수정
2009.06.19 16:43:51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클래식 음악가들 가운데는 유대인들과 한국 연주자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한국의 연주자들은 기악과 성악 전 분야에서 각종 콩쿠르를 휩쓸고 있고 근래에는 메이저급 레이블에서 좋은 음반도 많이 내놓고 있다.
오페라'춘향전' 해외서 호평
외국의 일류 오케스트라에서 한국인 단원을 찾아보는 것이 이제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악적 소양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 작품이 국제적으로 큰 돌풍을 일으켰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독일에서 활동하던 고 윤이상 선생님이 평단의 많은 주목을 받았고 현재 여류작곡가 진은숙 선생님이 국제적으로 크게 인정을 받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필자가 성악가라서 그런지 아직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 성악(오페라) 작품이 없어서 항상 아쉽다.
필자는 지난 4월4일 중국 톈진대극원에서 공연한 오페라 춘향전에서 춘향 역을 맡은 적이 있다. 당시 공연장의 2,000석 대부분이 중국인들로 꽉 찬 가운데, 작품은 큰 호응을 얻었다. 중국 현지 신문에서도 한국 수여 최연소 음악박사가 해외에서 한국음악을 공연한 것에 대해 상당한 호평을 실어주었다.
춘향전은 현제명 선생님의 작품으로 번쩍이는 풍자와 해학, 그리고 진실된 사랑이 반드시 승리한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담고 있어서 해외 무대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그나마 이 오페라가 미주ㆍ유럽ㆍ아시아 등지에서 우리나라 오페라단들의 노력에 의해 꾸준히 상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큰 열풍을 일으키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우리에게는 무엇이 부족한 것인가.
매년 해외 독창회나 협연 무대를 가지고 있는 필자는 외국 무대에서 되도록 한국 가곡 하나씩은 부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인 교포가 많이 살고 있는 나라의 연주 때도 그랬지만 독일 라이프치히나 하노버, 프랑스 파리, 러시아 모스크바, 이탈리아 밀라노와 로마 같은 음악의 대도시의 독창회에서는 적어도 앙코르곡으로는 꼭 우리 가곡을 하나씩 불러왔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우리 가곡에 큰 갈채를 보내줄 때 큰 기쁨과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외국 관객들도 여럿 보았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었던 폴란드 국경지대의 아담 미키예베츠 극장에서 체코의 명문 야나체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초청 연주를 할 때는 관객이 거의 다 폴란드 사람들이었다. 폴란드는 쇼팽의 민족혼이 그대로 살아 넘치는 음악의 본고장이 아닌가.
그런데 김동진 선생님의 신아리랑을 경청하는 그들의 숨소리에서 역시 음악은 세계 공통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런 일들을 계기로 부족한 필자가 2008년에 <세계평화문화예술대상>과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필자는 한국 성악곡만으로 이뤄진 해외 독창회도 꿈꾸고 있다.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 작품들은 결코 그 수준이 낮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록 음악 언어가 다소 단순하고 서정적인 표현에 그칠 때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것마저도 우리 음악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아닌가 한다.
우리 작품에 자부심 가져야
앞으로 작곡가들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연주자들이 우리 음악에 대해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아직 우리 것은 좀 격에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는 동료 음악인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오페라 춘향전이나 다른 한국 창작 오페라가 우리나라 오페라단이 외국에 나가서 연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젠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밀라노 스칼라극장에서 그 나라 사람들이 나름대로 각색해서 무대에 올리는 것을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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