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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저임금 인상의 명암

최저임금은 취약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고용보장을 위해 정부가 시행하는 대표적인 복지제도 중 하나이다. 그러나 때로는 본래의 입법목적과는 달리 오히려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근로조건과 임금수준이 열악한 아파트 경비원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이들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했다. 경비원 1인당 매달 15~20만원 가량 임금이 올랐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을 느낀 사용자측은 경비원 상당수를 해고했다. 급기야 지난 4월말에는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에서 해고된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 직접적인 원인은 그동안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월 36만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9만원이다. 연평균 12%가량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3%대, 일반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이 7%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인상폭이다. 특히 대부분 선진국들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2~3%대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매년 선진국보다 5~6배는 더 오른 셈이 된다. 최근 미국 의회는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5.15달러에서 5.8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97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최저임금을 올린 것이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여건이 어려워진 영세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법안을 마련했다. 1991~2007년 미국 최저임금은 21.2%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최저임금 누적인상률은 324.4%에 이른다. 미국에 비해 무려 15.3배 높게 오른 것이다. 이처럼 살인적인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영세ㆍ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책은 거의 없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고율 최저임금 인상이 수년간 지속됨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근로자 비율은 14%에 이르게 됐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국가의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들은 2~3%대에 불과하다. 9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역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불과 10여년만에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유수의 복지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세계에서 최저임금이 높은 국가로 격상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노동계는 또다시 28.7%라는 고율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4%대, 물가상승이 2%대로 전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비상식적인 요구가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최저임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기업은 망해야 한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고율 최저임금 인상이 자연스럽게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며, 그 과정에서 실직한 근로자들은 교육훈련을 통해 지식근로자로 육성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대부분 저기능, 저숙련, 취약계층 근로자에 적용된다. 이들에게 있어서 실직은 노동시장에서의 영원한 퇴장을 뜻한다. 주지하다시피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의 경영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금 고율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진다면 영세ㆍ한계기업은 그나마 남아있는 성장동력의 근간마저 훼손당해 국내 사업기반을 포기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달말이면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액이 결정된다. 제발 올해부터라도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영세기업의 최소한의 생존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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