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이어가면서 거품 붕괴를 막으려는 중국 정부의 개입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지난주 금리와 지급준비율 동시 인하라는 강수를 꺼내든 데 이어 연기금 투입, 기업공개 일시중단, 거래세 인하 등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을 태세다.
30일 상하이증시는 장중 4,000선이 붕괴되며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가 기관 등의 개입과 정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후 들어 급반등하며 전날보다 5.53% 오른 4,277.22로 마감했다. 지난 3거래일 동안 급락이 이어진 지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신용투자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청)로 인한 투매로 하루 등락폭이 11%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이미 4,000선은 심리적 지지선으로서의 의미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증시가 이처럼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휘청거리는 것은 성장주(정보통신ㆍ인터넷 등)로 불리는 기업들의 거품 붕괴와 뒤늦게 증시 상승에 올라탄 개인투자자들의 신용투자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특히 성장주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4월까지 평균 60~70%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거품을 만든 후 5월 이후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추락했다. 성장주의 거품은 개인투자자들이 신용거래를 확대해 증시 폭락과 함께 '깡통계좌'를 양산하며 중국 증시를 낭떠러지로 밀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금리와 지급준비율 동시인하 카드로도 증시 폭락을 막지 못하자 그동안 쥐고 있던 카드를 모두 다 꺼내놓을 태세다. 일단 이번주 중 중국판 국민연금인 양로기금을 투입해 추락하는 증시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다. 현재 중국의 전체 양로기금 규모는 3조5,000억위안으로 이 가운데 30%인 1조위안(약 190조원)까지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증시 폭락의 구원투수로 양로기금을 선택한 것은 폭락하는 증시의 버팀목을 세우는 동시에 2% 수준에 불과한 지방 양로기금의 투자수익률을 올려 기금 고갈로 인한 지방정부의 채무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도 있다.
양로기금은 중국 사회보험기금의 90%를 차지해 양로기금의 증시 투입은 사회보험기금의 증시 투자로 봐도 무방하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사회보험기금은 양로기금을 포함해 의료보험, 실업보험, 상해보험, 출산·육아보험기금으로 구성돼있다. 사회보험기금의 증시 투자 허용은 앞서 10일 리커창 총리가 처음 언급했다. 리 총리는 이날 직접 주재한 상무회의에서 "재정자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해 주민들이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사회보험기금 투자범위 확대안을 승인했다.
당장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업공개(IPO)도 당분간 억제할 방침이다. 중국 경제참고보는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시장 안정을 위해 신규 IPO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 증시는 이달 들어 47개 기업의 공모주 청약이 이뤄졌고 28개 기업이 신규 IPO를 승인받으며 자금이동과 물량부담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투자 비용도 낮출 계획이다. 중국경제망은 증권당국이 증권교역 인화세(거래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까지 증감회는 투자심리가 악화하거나 과열될 경우 인화세를 높이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증시에 개입했다. 1997년 5월에는 인화세를 0.03%에서 0.05%로 올렸으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자 역으로 0.03%에서 0.01%로 내린 바 있다.
투자은행들은 증시대책으로 인민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블룸버그가 27~29일 이코노미스트 2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7명이 연말까지 중국이 금리를 한 차례 이상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셴장광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의 역할이 부각되겠지만 금리와 지준율을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중국 증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미 거품 붕괴가 시작된 상황에서 백약이 무효라는 비관론이 나오는가 하면 정부 부양책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BoA메릴린치는 "강세장이 끝났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며 "신용거래 규제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는 증시를 추가 하락세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마크 스티브 선 HSBC 리서치 대표는 "정책지원이 주가 하락을 막을 것"이라며 "최근 급락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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