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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고조되는 여권분열 및 당청갈등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놓고 고성과 막말이 오가다가 결국 파행을 맞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자신이 주도한 행사임에도 청와대 초청에서 배제돼 자존심을 구겼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정국 주도권을 쥐고 당청 관계에서도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면서 여권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쥐기 위한 여권 내 파워게임이 시작됐다는 분석 속에 정치권 전반의 재편으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는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친박계 서청원ㆍ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말을 아꼈지만 김태호 최고위원은 거듭 유 원내대표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정말 해도 너무 한다. 긴급 최고위 회의를 한 지 3일밖에 안 됐는데 일주일을 못 기다리냐"며 항의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이 "한 말씀 더하겠다"고 재발언 기회를 요청했고 김무성 대표는 "그만하라"며 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가 여러 차례 "그만하라"고 만류했음에도 김 최고위원이 발언을 이어가자 김 대표는 갑자기 "회의를 끝내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김 최고위원은 "이렇게 할 수 있냐"고 항의했으나 김 대표는 "회의를 끝내"라며 퇴장했다. 김 최고위원이 계속 불만을 표출하자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은 "개XX"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5개 중견국협의체(MIKTAㆍ믹타)' 국회의장단 접견행사에 정 의장이 빠진 것도 논란이 됐다. 믹타는 지난 2013년 9월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호주 등 5개국이 결성한 중견국가협의체로 정 의장은 믹타 의장단 회의를 발족시키고 창립총회를 주도했다. 행사 형식도 오찬에서 접견으로 축소된데다 호스트 역할을 한 정 의장은 이 모임에서도 제외됐다.
정치권에서는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정 의장이 마찰을 빚었고 마땅한 해법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정 의장이 접견에 참석하는 것은 청와대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오찬 일정은 확정된 것이 아니었고 다른 일정 때문에 박 대통령이 한 시간이 넘는 오찬을 소화할 수 없어 형식이 바뀐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국회의장실은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대통령 일정을 청와대에서 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할 말은 많지만 우리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불편한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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