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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7월 17일] 삼성 '공화국'을 건설하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물러나고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니 투자 관련 사항을 누구와 최종 상의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삼성전자 소속 해외사업 관련 한 임원) 삼성그룹이 특검 수사와 재판 등 ‘삼성 사태’를 맞으면서 경영체제를 재편했다. 계열사별 독립 경영을 바탕으로 사장단협의회와 투자조정위원회 등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 일선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삼성 핵심 인사들이 한결같이 우려하는 것은 최종 의사결정을 내려줬던 이 전 회장의 부재다. 실제 삼성은 이 전 회장 시대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가전 등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 직원은 “한국 기업을 망라해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는 분야가 몇이나 되느냐”고 되물었다. 이 전 회장의 투자 결정 등은 놀라울 정도였다는 게 삼성 내부의 평가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적어도 당분간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좋든 싫든 이 전 회장은 물러났고 삼성은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국 삼성의 새 경영시스템이 안착하느냐에 삼성의 순항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세계시장은 여전히 삼성의 시스템과 저력을 신뢰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 고객사들이 이 전 회장 개인에 대해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지만 비즈니스와 관련한 동요는 없었다”는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언처럼 삼성은 일련의 사태에 흔들릴 기업도 아니고 흔들려서도 안 된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다.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온 단어지만 축적된 삼성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의사결정 시스템의 새 모델을 만들어간다면 ‘공화국’이라는 호칭이 고까운 말만은 아닐 것이다.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이행한 게 역사의 요구였다면 삼성 또한 위기를 기회 삼아 최근의 사태를 경영혁신과 브랜드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삼성이 할 일은 자명하다. 이 부회장의 말대로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제품과 기술 경쟁력을 갖춰가면 최근의 사태가 삼성에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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