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극 체제’의 절대강자인 미국의 힘을 견제할 새로운 대항마로 중국ㆍ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 4개국 결속체인 브릭스(BRICs)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 국가는 수년간 단순히 차세대 잠재적 리더 국가군으로 거명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의 달러패권주의에 대해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융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및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사상 첫 브릭스 정상회의를 갖고 유대관계를 강화한다. 주요 국가 간 결속체 또는 그 이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브릭스는 과연 미국의 대척점에 서 ‘공동의 목소리’를 ‘공동의 행동’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세계질서의 또 다른 축으로 주목 받다=골드만삭스는 최근 브릭스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오는 2027년이면 브릭스의 국내총생산(GDP)이 총 30조2,000억달러에 달한다는 것. 이 규모는 선진7개국(G7)의 총 GDP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조만간 브릭스가 세계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은 ‘경제적 결속 또는 공동보조’를 바탕으로 4개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높여간다는 표면적인 목표뿐 아니라 경제를 바탕으로 한 국제 정치ㆍ외교적 입지 강화라는 중장기 목표를 위한 포석의 시발점으로 읽힌다. 브릭스 국가들은 회담에 앞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를 대체할 ‘슈퍼통화’ 구상을 공론화하는가 하면 미 국채 매각설을 흘리면서 미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러시아의 전략연구가인 알렉산더 코노발로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브릭스 정상들은 미국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릭스 부상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연초 국제적 핫이슈로 떠올랐던 슈퍼통화는 전적으로 중국의 작품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지난 4월 런던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공식 제안한 내용이지만 이보다 며칠 앞서 중국이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당시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은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연일 공세를 폈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선제공세를 하자 러시아가 나서 이를 받쳐준 셈이다. 하지만 브릭스가 미국과 대척점을 이룰 단일체로 확대되는 것은 아직 ‘공상 수준’이다. 중국을 포함한 4개국의 GDP 총액이 미국 GDP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데다 미국을 제외한 국제 흐름이란 사실상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 고등경제대학의 예브게니 야신 박사는 “브릭스가 영향력 있는 단일 조직체로 가기는 어려우며 형식과 본질에서 비공식 클럽으로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중국의 질주를 두려워하는 브릭스 회원국들의 견제심리도 내부결집을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어찌 됐건 브릭스 정상들은 16일 회담에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브릭스의 영향력 확대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지구 전체 면적의 29%와 전체 인구의 42%를 차지하고 글로벌 기축통화 보유량의 42%를 차지한 브릭스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뒤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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