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이용웅 경제부장 yyong@sed.co.kr<br>"공기업 민영화, 한미FTA서 논의안해" <br>사실아닌 사안 확대 재생산…국민 오해 불러<br>美에 요구한 전문직 취업쿼터는 관철 힘들듯<br>다음 FTA대상은 中…日과는 시간 더가져야
한덕수(사진) 한미FTA 체결 지원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적 관심사로 자리잡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논란이 “자꾸만 비합리적인 논쟁으로 변질되는 것 같다”며 여러 차례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미FTA 협상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것들이 사실로 둔갑하고 이것이 또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마치 유령과 싸우는 것 같다”고 말한 한 위원장은 이어 그런 오해들을 불식시키기 위한 정보공개 확대를 다짐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또 “공기업 민영화는 협상대상이 아니며 (협상에서)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고 “미국도 ‘공공 부문의 외국인 투자지분 제한을 풀어달라’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나 우리 측이 미국에 요구한 전문직 취업쿼터 할당과 관련, “최근 미 의회가 행정부와 취업비자 쿼터를 특정국에 주는 이슈는 FTA에 넣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관철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솔직히 인정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또 “한미FTA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다음은 한중 FTA가 추진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중단된 한일 FTA 협상은 좀 시간을 갖고 재개하는 것 낫다”고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외교부 청사에 위치한 체결 지원위원장실에서 이뤄졌다.
-한미FTA에 대한 찬성여론이 초기에는 60~70%에 달했는데 이제는 반대여론이 더 많아지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한미FTA와 관련해 사실이 아닌 것들이 사실로 둔갑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FTA로 얻을 것이 더 많은 사람들조차 인터넷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괴담 수준의) 피해론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가령 FTA가 되면 일자리가 늘어 이익을 볼 근로자들이 반대하는데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섬유 같은 제조업은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이 늘어 생산과 고용이 늘 테고 서비스산업은 개방폭이 확대되면 미국 기업이 직접 투자를 통해 주로 한국에 진출할 것이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가 추가로 생겨날 것이 분명합니다.
-한미FTA는 미국의 근로자에게 더 많은 영향을 준다는 말씀이신가요.
▦한미FTA로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걱정하는 문제는 한국 정부보다 미국 정부의 몫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섬유산업이 FTA를 통해 경쟁력을 더 갖추게 되면 미국의 동종업계 근로자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겠습니까.
-한미FTA에서 우리가 피해를 보는 대표적인 부문은 아무래도 농업이겠지요.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농업ㆍ농촌 문제는 냉철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농업경영자의 60% 이상이 60세 이상입니다. FTA가 없어도 농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합니다. 농업의 구조조정은 도전적인 일이지만 FTA를 잘 활용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한미FTA를 둘러싼 일반 국민의 오해가 크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반대하는 측은) 한미FTA가 체결되면 미국기업이 회사를 인수해도 고용승계를 안하고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또 공보험이 없어지고 사보험이 판을 쳐 감기 치료 한번에 10만원 이상이 들고 사랑니 한번 뽑는 데 100만원 이상 필요할 것이라고 하는데 모두 황당한 이야기들이고 전형적인 유언비어일 뿐 입니다.
-FTA 협상이 난해한 측면이 있어 국민들이 확대해석하면서 오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 중 하나가 공기업 민영화입니다. 공기업 민영화는 협상대상이 아닙니다. 미국 역시 민영화를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통신ㆍ전력 등 공공 부문에 대한 투자지분 제한을 풀어달라는 정도의 요구가 있을 뿐입니다.
공기업의 독점적 권리도 한미FTA에서 그대로 인정될 것입니다. 내국인에게 특혜를 주는 반면 외국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부분이 있다면 개선되는 수준에 그칠 것입니다.
-한미FTA 협상에서 꼭 지켜야 할 국익은 무엇입니까.
▦쌀 개방 예외는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입니다. 확실히 관세철폐 예외로 할 것입니다. 지난번 쌀협상을 통해 미국과 일단 매듭을 지었지만 법적으로 FTA협상에서 (쌀개방을) 논의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쌀 개방은 예외를 관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놓고 정부 일각에서는 한미FTA 협상 의제에서 빠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던데요.
▦우선 개성공단 문제는 한미FTA 협상 의제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계속 미국 측에 이를 요구할 것입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으려면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 등을 놓고 이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미국이 한국과 FTA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미국 역시 일본ㆍ중국 등과 경쟁해야 하는데 자국의 자본과 기술을 한국의 인적자원과 잘 융합하면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온 미 서부의 유명 유전공학회사(C사)의 사정을 통해 미측 이해관계를 엿볼 수 있는데요. 이 회사는 조만간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상황인데 일본으로 가면 기술을 모두 빼앗길 것 같고 중국으로 가면 기술을 활용할 인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한국은 적절하게 인력을 공급받으면서 중국ㆍ일본ㆍ동남아 등의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미국도 동북아 허브로서 한국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미FTA에 대한 미국쪽 여론은 어떻습니까.
▦미국에 한국은 FTA 등 통상 분야에서 중요한 파트너지만 한편으로는 일개 국가에 불과합니다. 결국 어떤 FTA 협상결과를 보고 미 의회도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미측도 도를 넘어선 한국의 요구가 수용되면 FTA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FTA는 한미간 믿음을 높이는 촉매제가 돼야 합니다.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어쨌든 한미FTA는 체결될 것 같은데요.
▦노무현 대통령은 ‘경쟁을 통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경쟁을 간과하면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FTA를 통해 무역과 투자확대에 장애가 되는 현행법은 개정될 것입니다. 국가경제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개방은 단계적으로 이행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미FTA를 통해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를 할당해달라고 미측에 요구하고 논의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불리합니다. 미 의회가 취업쿼터를 특정국에 할당하는 것은 의회 권한이라며 행정부가 FTA협상에 넣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국내의 능력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미국에 진출하는 것도 중요한데 협상이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한일간 FTA 협상은 중단된 상태이고 한중 FTA가 한미FTA보다 더 먼저 추진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일 FTA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좀 어려움을 겪어도 농업에서 얻을 게 있다고 여겨서 추진됐습니다. 하지만 일본 측이 농업개방에 무척 소극적이어서 시간을 좀 갖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선 것입니다.
한중 FTA는 우선 농업 부문의 피해가 너무 큽니다. 중국이 한국의 농업개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고 여기에 대해 우리도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또 중국의 경제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과 경제통합이 됐을 때도 한국이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산업이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쨌든 미국과 마무리되면 다음 FTA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념논쟁, 친미ㆍ반미 논쟁에 감정적으로 휩쓸리지 말고 국민들께서 객관적으로 잘 판단해주셨으면 합니다. 위원회는 국회ㆍ전문가ㆍ국민 등 이해관계자를 세분화하고 정보제공을 특화해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반대측도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함께 제시했으면 합니다. 협상을 중단하라고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다른 나라들도 다 멈춰서 기다려 줍니까. 어떻게 해야 바른 한미FTA를 체결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약력
▦49년생 ▦전북 전주 ▦경기고ㆍ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행시 8회 ▦96~97년 특허청장 ▦97~98년 통상산업부 차관 ▦98~2000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2000~2001년 주OECD 대표부 대사▦2001~2002년 대통령 정책기획수석, 경제수석비서관 ▦2003~2004년 산업연구원장 ▦2004~2005년 국무조정실장 ▦2005~2006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
한미FTA 체결지원委는 FTA 찬반대립 격화되자 갈등 조정·홍보위해 신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지원위원회는 한미FTA의 중요성과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례적인 정부 조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7월10일 서울에서 한미FTA 2차 협상이 시작되던 날 한미FTA 대응 국내팀 구성을 지시했다. 2차 협상을 앞두고 한미FTA가 진보-보수진영간 쟁점으로 부각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미FTA 반대측이 찬성보다 많아지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아울러 대규모 한미FTA 반대 집회 등도 예고된 시점이었다.
한미FTA는 2차 협상이 파행으로 끝나면서 더욱 더 국민적 관심사로 자리매김했으며 이에 따라 당초 총리실 산하에 꾸려질 예정이던 국내 대응팀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발전했다. 청와대는 한덕수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미FTA 체결 지원위원장 겸 한미FTA 대통령 정책특보로 내정하고 조직구성에 들어갔다.
한미FTA 체결 지원위는 8월11일 한 위원장을 비롯해 권오규 경제부총리, 김영주 국무조정실장,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등 정부위원 6명과 이희범 무역협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용구 중기협회 회장, 장대환 신문협회 회장, 이정환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송보경 전 소비자시민모임 대표, 김화중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등 민간위원 7명 등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한미FTA 체결 지원위의 주요 역할은 그 태동 배경에서 보듯 대국민 홍보다. ▦한미FTA 체결 관련 국민의견 수렴 ▦FTA 체결 관련 정보의 대국민 제공 ▦FTA 체결 관련 사회적 갈등의 조정 ▦FTA 체결 관련 국회 활동에 대한 지원 등 4가지 주요 기능을 압축하면 한미FTA의 반대여론을 설득하고 찬성여론을 확산시키겠다는 그 목표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런 성격 때문에 반대측 인사들은 위원회 참여를 거부했다.
사무국 역할을 하는 지원단 산하의 2국 8팀은 총 55명으로 재경부ㆍ산업자원부ㆍ외교통상부ㆍ국정홍보처 등 주요 정부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외부에서 충원된 법률 및 홍보 등 민간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지원위의 활동기한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
21일·22일 2차협상 미해결과제 처리 내달 6일부터 3차본협상 '진검승부'
한미 양국은 지난 15일 오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방을 논의할 상품, 농산물, 섬유 등 1만1,261개 품목에 대한 양허안(관세철폐 계획안)을 일괄 교환했다. 서비스ㆍ투자 유보안은 7월 서울에서 열린 2차 협상 당시 교환됐다. FTA의 핵심인 양허안과 유보안이 교환됨에 따라 오는 9월6일부터 나흘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릴 한미FTA 3차 본협상은 본격적인 진검승부의 시작이다.
7월 서울에서 열린 2차 협상이 의약품 분야의 약가정책을 놓고 이견을 보여 중단된 것은 초기 진통에 불과하다는 게 협상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의약품 문제는 일단 미국 측이 우리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견이 봉합된 상태며 21일과 22일 싱가포르에서 못다한 2차 협상의 숙제들을 처리할 예정이다.
3차 협상은 한미 양국간 엄청난 의견대립이 불가피해 10월 4차 협상, 12월 5차 협상까지 가야 구체적인 개방내용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측은 12월까지 협상을 끝내자는 주장이지만 우리 측은 내년 3월을 시한으로 막판까지 계속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년 3월까지는 협상을 타결해 하반기 중에 양국 국회의 승인을 받아 2008년 상반기 한미FTA를 발효시킨다는 양국간 큰 틀의 합의는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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