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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럽식 승부수'… 금융위기 수습 분수령될듯

■ 씨티은행 국유화 수순 돌입<br>은행 신뢰확충·유동성 공급 긍정적 효과있지만<br>주가 추가 하락·뱅크런등 단기 후유증도 예고<br>전문가 "실물침체와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


미 정부가 유럽식 위기해법인 은행 국유화라는 극약처방이자 승부수를 던짐에 따라 2년가량 끌어온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수습으로 가는 최대 분수령을 맞았다. ‘씨티은행 국유화’ 카드는 미국 정부가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금융위기를 수습하려던 그간의 방식을 포기한 것을 의미한다.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중은행의 기능을 정상화시켜 최악의 ‘신용위기’ 상황을 뚫어보려 했지만 잠재부실의 규모가 너무 큰데다 은행을 향한 불신의 벽도 너무 두터웠다. 월가 전문가들은 정부 인수 대상이 씨티그룹이지만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다른 은행으로 국유화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풍향계인 월가에서는 국유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은행주의 추가 주가 폭락은 물론 경우에 따라 뱅크런(예금인출사태) 등 단기간 혼란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번 국유화 조치로 그간 금융시장을 옥죄었던 부실은행발 시장 불안감을 상당히 해소하겠지만 뿌리 깊고 광범위한 금융위기 자체를 한방에 해소하는 만병통치약은 되기 힘들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은행시스템을 통제해 막혀 있는 신용흐름을 뚫어간다면 은행에 대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망가진 뱅킹시스템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물침체와의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내다봤다. 미 재무부의 국영화 방식은 보유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정부와 국유화 협상을 진행 중인 씨티그룹에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450억달러의 공적자금(TARP)이 투입됐다. 미 정부는 공적자금 지원의 대가로 7.8% 상당의 우선주와 차후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워런트를 확보했다. 450억달러의 상당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협상내용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씨티그룹 지분의 25~40%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주 말 씨티그룹의 시가총액이 100억달러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지분의 상당 부분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가 그 동안 국유화 가능성에 대해 줄곧 부인해온 씨티그룹을 1차 타깃으로 삼은 것은 주가의 폭락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데다 뱅크런 가능성마저 고조되면서 국유화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말 국유화 시나리오가 확산되자 씨티그룹은 예금이탈 가능성에 초비상이 걸렸었다. 은행 국유화는 두가지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는 은행의 신뢰 확충이다. 정부가 은행을 소유한 만큼 절대 망할 리가 없기 때문에 확실하게 예금자 보호를 할 수 있고 은행이 발행한 채권 변제로 보장받는다. 경우에 따라 추가 공적자금 투입으로 인한 자본확충도 예상된다. 두번째는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유동성의 시중 공급이다. 1차 구제금융으로 3,500억달러의 천문학적인 혈세가 350여개 은행에 투입됐지만 은행의 가계와 기업대출 창구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난해 4ㆍ4분기 중 12개 대형 은행 가운데 9개 은행이 소비자 대출을 줄였다. 정부의 은행 경영권 인수는 꽉 막힌 시중 자금의 흐름을 강제로 돌게 할 것으로 보인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7일 “뱅킹 시스템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은행을 일시적으로 국영화하는 방안이 나쁜 선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유화는 이 같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은행의 국유화는 당장 기존 주주의 주가희석이 예상된다. 주당 1달러선에 그친 씨티그룹 주가는 더 폭락할 수 있다. 씨티그룹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 등은 국유화 가능성이 증폭돼 투자자 이탈이 예상되고 이는 미 금융시장의 단기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 재무부는 이번주 중으로 추가 공적자금 투입 대상을 선별하기 위해 부실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내성(stress)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국유화 공포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실 은행에 대한 국유화 절차가 신속히 마무리되지 못하면 뱅크런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부실 은행에 대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전격적인 은행 접수로 예금동결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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