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로이터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오는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유럽전략투자기금(EFSI) 출자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정상회의 합의문 초안에 중국이 EFSI에 공동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출자 방침을 선언한 후 구체적인 내용을 오는 9월 열리는 차기 EU 정상회의에서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출자금 규모는 이번 합의문 초안에 적혀 있지 않지만 "수십억달러가 될 것 같다"는 게 EU 외교당국자의 전망이다.
중국 은행을 중심으로 마련되는 출자금은 주로 유럽 통신 및 첨단기술 사업에 투자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EU 당국자들이 이미 중국의 주요 은행 및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부족으로 EFSI 창설에 곤란을 겪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에게 중국의 자본 참여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융커 의장이 목표로 삼은 EFSI 초기 자본금 규모는 3,150억유로인 데 반해 EU 주요 회원국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폴란드가 출자하겠다고 밝힌 자금 규모는 각각 80억유로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룩셈부르크의 출자 예상액은 이보다도 적다. EU 회원국들은 이처럼 출자에는 소극적이면서도 정작 EFSI의 자금을 공항·제방 등을 건설하는 데 빌려달라며 총 2,000여개에 달하는 사업 지원을 신청했다. 접수된 사업들 중 선별된 프로젝트들의 총사업비는 1조3,000억유로에 이른다.
중국은 EFSI 창설에 돈을 대는 대신 자국과 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일대일로에 대한 유럽 정부 및 기업들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양야니 EU 주재 중국대사는 "일대일로 계획과 융커 위원장의 계획이 다방면에서 상승효과를 내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AIIB 창설에 성공한 데 이어 EFSI에까지 참여하면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져 경제패권을 움켜쥔 미국을 더욱 자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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