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시 인근 국가 원유공급 차질 우려…트레이더 “사자” 몰려
안전자산 선호 현상 강화…엔화 이번주중 달러당 96엔돌파 시도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이미 공습경보가 울렸다. 서방의 시리아 공습이 임박한 가운데, 원유ㆍ금 등 안전자산의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미국, 유럽, 일본, 아시아 등 각국의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리아 공습 그 자체로는 과거 이라크 전쟁 등에 비해 파장은 적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현재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등으로 인해 위축된 투자자들은 이번 시리아 공습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안전자산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취약한 신흥국에는 시리아 공습이 초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시리아 공습과 관련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원유시장이다. 27일(현지시간) 브렌트유 가격은 10월 인도분 117.34달러로 전일에 비해 2.98달러(2.6%) 오르면서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도 112.24 달러까지 치솟으면서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격이 치솟으면서 원유시장에서는 사자 주문이 몰려 가격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뉴에지그룹의 겐 하제가와 트레이더는 "트레이더들이 서방의 시리아 공격시, 인근 국가에서 원유 공급차질이 빚어질 것을 예상해 모두 '쇼트(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고 '롱(매수)' 포지션으로 돌아섰다" 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석유 선물 거래량은 지난 100일간 평균 거래량 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원유 가격은 당분간 가파르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리아의 직접 생산되는 원유량은 미미하지만, 사태가 인근 중동국가로 번지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시에테제네럴(SG)은 공습으로 인근 국가들의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SG의 마이클 위트너 오일마켓 리서치 헤드는 "원유 공급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지 않더라도 125달러는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시리아 정부의 동맹국인 이란의 군사개입이나 인근 중동국가에 대한 시리아의 보복 등 확전 시나리오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엔화의 경우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된 22일부터 달러대비 강세로 돌아섰다. 미국이 무력 개입을 시사한 직후인 27일에는 달러당 97.03엔까지 하락했다. 공습시기까지 96엔이 깨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채가격도 사건 발생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21일 2.89%였으나 일주일만인 28일에는 2.72%로 0.1% 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특히 미 국무부의 공식 발표가 있었던 27일에는 0.07%포인트가 하락하면서 2012년 이후 하룻동안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금값도 이날 오후 5시 현재 온스당 1,423.95달러로 전일에 비해 0.62% 올랐다.
반면 외화자금 유출로 비상이 걸려 있는 신흥국들에게 시리아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이다. 이들 국가들은 중앙은행 등의 개입으로 환율하락 등을 방어해왔는데, 시리아 공습 임박소식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도의 루피화와 터키의 리라화의 가치는 이날 각각 사상최저치로 떨어졌다.
시티에프엑스(CitiFX)의 더크 윌러 전략가는 “시리아 공습이 글로벌 시장에 큰 악재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극도로 취약한 상황인 신흥국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를 더 확대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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