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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신뢰 무너지면 회복비용·시간 '눈덩이'

■ 신뢰의 속도(스티븐 M. R. 코비 지음, 김영사 펴냄)<br>"문제해결 속도와 정비례"<br>경제적 수익·실질 성과등 유형의 자산 증명



9.11 테러 직후 미국 내 항공여행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테러리스트에 대한 단속이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은데다 탑승객의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건 이후 항공 보안 수준은 더욱 엄격해졌고, 항공여행에 대한 탑승객들의 신뢰는 높아졌다. 하지만 보안 강화로 인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수고와 비용을 치러야 했다. 9ㆍ11 테러 전에 미국인들은 항공기가 이륙하기 30분 전에 공항에 도착해도 신속하게 보안검색을 통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국내여행의 경우에는 1시간 30분 전에, 그리고 해외여행에는 2~3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서 보안 검색을 받아야 간신히 통과할 수 있다. 게다가 항공요금에는 신설된 9.11 보안세를 내야 한다. 신뢰가 내려가면서 속도는 느려지고 비용은 올라간 것이다. 정반대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3년 버크셔해서웨이는 월마트로부터 매출 230억 달러 규모의 회사인 맥레인 유통을 인수했다. 버크셔해서웨이와 월마트는 공개 기업에다 덩치가 크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의 합병에는 여러 달이 걸리게 마련이다. 또 자료를 검증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들여 회계사ㆍ감독관ㆍ변호사를 동원한다. 하지만 둘의 인수합병 협상은 단 한번의 미팅과 악수로 전격 타결되었다. 주주총회의 기자회견에서 워런 버핏은 “협상 2시간여 만에 맥레인을 15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불과 2시간 만에 협상을 이끈 비결에 대해 버핏은 ‘신뢰’를 꼽았다. 인수합병을 하는 데 한 달이 걸리지 않았고 실사비용도 전혀 들지 않은 이 사례야말로 신뢰가 높으면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낮아진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신뢰는 비즈니스 현장을 비롯한 우리의 인생, 인간관계, 가족관계에서 뗄 수 없는 필수요소이다. 하지만 ‘신뢰’에 대해 사람들은 대부분 측정할 수 없고, 업무 성과로 연결되는지 확실하지 않는데다,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힘든 무형의 도덕적 가치라는 통념을 안고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R. 코비의 아들인 저자는 이런 논리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즉 신뢰는 수치로 환산할 수 있으며, 경제적 수익과 실질적인 성과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는 유형의 자산이라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신뢰의 수준이 문제 해결 속도와 정비례한다는 사실은 조직내의 불신으로 인한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면서 어쩔 줄 모르고 소통 부재로 고통스러워 하는 한국 사회와 개인의 삶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높은 신뢰로 커뮤니케이션을 증진시키고, 팀워크를 강화시키며, 스스로 알아서 일하게 만든다. 독자들은 신뢰를 높이는 방법과 직장 상사나 부하, 동료, 부부와 부모 사이에 신뢰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귀한 교훈을 얻고 신뢰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개인, 가정, 그리고 조직을 혁신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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