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1일(현지시간) 공식 지명한 리퍼트 내정자는 정식 취임하면 최연소 주한 미국대사로 기록된다. 그는 나이나 경력 면에서 케네디가의 일원인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대사나 상원 재무위원장 출신인 맥스 보커스 주중 대사 같은 중량감은 없다. 특히 주일 미국대사나 주중 미국대사가 거물급의 정무형 인물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격(格)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백악관의 실세 중의 실세로 평가 받는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친한 친구(close friend)'로 불리는 그는 지난 2005년 당시 상원의원이던 오바마의 외교안보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어 2008년 대선캠프에서 외교정책 고문으로 활약했고 백악관 안전보장회의에서 2009~2011년까지 오바마를 보필했다. 지난해 4월부터는 미 국방부 아태지역 차관보로서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도 호흡을 맞추며 '정무'와 '실무'를 두루 갖춘 인물이라는 평도 받고 있다. 스탠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리퍼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문제에서도 '권위자(guru)'로 평가 받는다고 외교안보 매체 포린폴리시(FP)가 전했다.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의 일원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해 동성무공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취임 후 북핵과 미사일 위협 등에 대비한 한미일 공조를 한층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여겨진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리퍼트 내정자는 지난달 3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일 동맹' 세미나에서 "오는 5월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 개최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 긴장에도 불구하고 3국은 앞서 열린 고위급 및 정상회담을 토대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리퍼트는 현 행정부에서 아시아 문제에 가장 밝은 인사 중 한 명이면서 백악관 및 국방부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 미국 연방상원에서 인준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대사 내정자가 40명이 넘어 정식 취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또한 리퍼트 내정자에 대해 한미동맹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보고 반기는 모습이다. 미국이 부차관보급 인사를 주한 대사로 주로 지명했던 이전과 달리 차관보를 지낸 리퍼트를 지명한 것은 우리 정부를 보다 배려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리퍼트 내정자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5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과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 문제를 논의하는 등 한미 간 현안에 대해 이해력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리퍼트 내정자는 한국 관련 이슈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은 인물"이라며 "최근 10년 이내에 부임한 주한 대사 중 미국 정부의 핵심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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