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산체스(바르셀로나)와는 항상 통화하는 사이예요. '드디어 우리가 맞붙는구나'라고 했죠."
브라질의 '국민 골잡이'로 떠오른 네이마르(바르셀로나)는 칠레와 16강 대진이 확정되자 산체스부터 언급했다. "그는 제가 존경하는 위대한 선수예요. 우리는 그에게 작은 공간도 내줘서는 안 됩니다." 산체스는 지난 시즌 스페인리그에서 21골을 몰아넣은 스트라이커다.
브라질 월드컵 우승후보 '0순위' 브라질이 떨고 있다. 조별리그는 2승1무로 여유 있게 통과했지만 피하고 싶었던 칠레를 16강에서 만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위인 칠레(브라질은 3위)는 2000년대 들어 열린 월드컵에서 지난 남아공 대회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인 팀. 2002년과 2006년에는 남미 예선을 통과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칠레는 아르헨티나에 버금가는 브라질의 '남미 라이벌'로 자리잡았다. 브라질을 깊숙이 잘 아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은 지난해 조 편성에서 칠레가 B조(브라질은 A조)에 속하자 "칠레가 조별리그에서 떨어지면 좋겠다.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고통"이라면서 "잘 조직돼 있고 영리하며 측면 자원들도 뛰어나다. 유럽팀을 상대하는 게 더 낫다"고 걱정했다. 7개월 뒤 고통은 현실이 됐다. 브라질 국민은 "B조 1위 네덜란드를 피한 게 행운이 아니라 칠레를 만난 게 불운"이라고 말한다. 브라질은 29일 오전1시(이하 한국시각)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경기장에서 칠레와 8강을 다툰다.
◇평가전 2대2 맞불의 추억=칠레는 월드컵 16강에서만 브라질을 세 번째 상대한다. 앞선 두 번은 참패였다.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1대4로 졌고 남아공 대회에서도 0대3으로 크게 패했다. 1998년에는 그 유명한 이반 사모라노와 마르셀로 살라스 투톱이 빛났지만 호나우두의 브라질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2010년에는 호비뉴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출신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이 부임한 2012년 12월 이후 칠레는 브라질과도 해볼 만한 팀이 됐다. 마르셀로 비엘사(아르헨티나)가 감독이던 2007~2011년 시절의 두려움 없는 칠레로 돌아왔다는 평이 쏟아졌다. 삼파올리의 칠레는 월드컵 예선에서 우루과이를 2대0으로 꺾은 데 이어 지난해 4월 브라질과의 원정 평가전에서 2대2로 비겼다. 네이마르에게 역전골을 내줬지만 9분 뒤 에두아르도 바르가스(발렌시아)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당시 경기장이 바로 미네이랑. 칠레는 5만여 브라질 팬들 앞에서도 자신들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펼쳤다. 호비뉴에게 막판 결승골을 얻어맞아 1대2로 졌던 지난해 11월 토론토 평가전도 결코 밀린 경기는 아니었다.
이번 대회에서 호주를 3대1,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을 2대0으로 물리친 칠레는 네덜란드에는 0대2로 졌지만 당시는 아르투로 비달(유벤투스)이 부상 회복을 위해 쉰 경기였다. 비달은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11골 5도움을 기록한 칠레의 핵심 미드필더. 골잡이 산체스와 '싸움닭' 수비수 가리 메델(카디프), 중원 사령관 비달이 이끄는 칠레는 1962년 월드컵 3위의 영광 재연을 꿈꾸고 있다.
◇갈수록 강해지는 브라질, '칠레 공포증'은 엄살?=브라질은 칠레의 B조 2위 확정 뒤 열린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기를 쓰고 달려들어 4대1 대승을 만들어냈다. 스콜라리가 정말로 칠레를 피하려 했다면 카메룬전에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게 정상. 실제로는 네덜란드와의 대결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진과 관계없이 브라질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해지고 있다. 대회 전 공격진이 부실하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네이마르는 카메룬전(2골)에서 완성형 공격수로서의 면모를 뽐내며 이 같은 우려를 걷어찼다. 우승권 전력의 강팀은 16강부터 비로소 제 실력을 드러내게 마련. 브라질 풀백 다니 아우베스(바르셀로나)는 "첫 경기 뒤부터 우리는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대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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