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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興國之才의 육성
입력2005-06-12 17:01:30
수정
2005.06.12 17:01:30
박호군 <인천대 총장>
인재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얼마 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한명의 인재가 1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하며 인재를 널리 구한다는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소프트웨어 분야를 송두리째 바꿔놓았고 제네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은 전구로 대변되던 회사를 서비스 중심의 회사로 탈바꿈시키며 세계 제일의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었었다.
며칠 전 쿠웨이트와의 독일월드컵 예선전에서 박주영이라는 걸출한 축구 천재는 승리의 첫 골을 얻었고 한국팀은 승리해 6회 연속 본선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과학계에서는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동물 복제연구를 성공시켜 복제소 영롱이를 만들었고 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떨치고 있다. 이 모두가 우수한 인재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 역사에 가장 존경받는 임금인 세종대왕은 최고경영자이면서 멘토르로서 인재를 육성하고 아끼며 과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의식을 불어넣었다.
세종은 즉위한 지 1년6개월 뒤에 집현전을 설립하고 젊은 유사(儒士)를 뽑아 경서를 강습(講習)하게 했다. 집현전 학사는 과거시험에 막 합격한 젊고 총명한 인재 가운데에서 엄선했다. 그들에게는 학업을 독려해 학술과 문예의 수준을 높이게 했다.
학자적 군왕으로서는 드물게 성공적인 통치를 이끌었던 세종은 인간적으로도 원숙한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특히 신숙주의 빼어난 자질과 성실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던 중 어느 날 세종이 한밤중에 내시를 보내 집현전을 살피게 한 결과 신숙주가 단정히 앉아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왕은 자신도 자지 않으면서 계속 동태를 살피게 하다가 신숙주가 새벽녘이 가까워서야 비로소 자리에 누워 잠들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자신의 옷(御衣)을 내려 덮어주게 했다. 세종이 얼마나 인재를 아꼈는지 그 단면을 볼 수 있다.
그러던 가운데서도 국가 연구개발(R&D) 분야의 실무감독을 책임지고 있던 장영실은 세종의 유교적 이상국가 실현을 위해 가장 의욕적인 작업이었던 천문관측기기 개발과정에서 초기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박강을 비롯한 화포제작자들도 중국제 철제포의 국산화 과제에 많은 난항을 겪었다. 이뿐만 아니라 여러 과제에서 예상외의 문제가 발생해 개발은 지지부진했고 어떤 것은 사소한 부주의로 실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종은 담당자를 개발과제에서 빼버리거나 아예 과제 자체를 폐쇄해버리는 등의 경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구 결과들이 성공적으로 발명될 수 있도록 과제에 참여하는 신하나 과제에 성공한 신하들을 찾아가 술과 고기로 회식의 자리를 베풀어주기도 했다.
몽골의 칭기즈칸도 전장에서 잡은 포로 중에 과학기술자가 있으면 이들을 죽이지 않고 새로이 부하로 삼아 극진히 대우하면서 자기 국가에 기여하도록 해 결국은 전무후무한 세계 제국의 주인이 됐다.
일본의 경우 메이지유신 이후에 이와쿠라 도모미(岩倉具視)를 단장으로 하는 특명전권단은 1년10개월에 걸쳐 구미 12개국을 방문하고 서양의 문물을 익혔다. 나가이 나가요시(長井長義ㆍ약학), 기쿠치 다이로쿠(菊池大麓ㆍ수학), 야마가와 겐지로(山川健次郞ㆍ물리) 등은 독일ㆍ영국ㆍ미국 등지로 유학해 외국의 과학기술을 습득했고 일본 과학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와 같이 인재를 중요시하고 귀하게 여기는 토양에서만 훌륭한 인재가 육성될 수 있다. 이러한 인재들은 수많은 업적을 남겨 우리 국민들을 먹여 살리고 나라를 부강시키는 흥국지재(興國之才)라고 하겠다.
우리 대통령 내외도 지난 2003년 12월 황우석 교수의 연구실 현장을 방문해 연구진을 격려했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국가원수가 과학기술 현장에서 인재육성에 앞장서고 산업현장을 방문해 기술자들을 위로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과학 일등 국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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