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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부가 2일 세금인상과 공공부문 일자리 축소 등 대규모 재정지출 삭감안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승인했다. 80억 유로(약 12조8,000억원)의 구제금융 6차분을 지원받기 위해 서둘러 내린 조치로, 그리스 정부는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올해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이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자 강도 높은 추가긴축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스 정부는 3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경제재무 장관 각료이사회(ECOFIN)에 초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정부가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 주재로 각료회의를 열어 당초 계획했던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대폭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지난 7월 올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대비 7.6%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내놓았지만, 이번 예산안에서 재정적자 목표치를 당초 계획보다 0.9%포인트 늘어난 8.5%로 수정했다. 재정적자 규모는 총 187억 유로(252억 달러)로 앞서 예상했던 171억 유로 보다 확대됐다. 이는"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던 지난 7월 구제금융 합의 당시보다 경제 전망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예산안은 민간소비 위축과 공공투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그리스 경제성장률이 올해 -5.5%에 그치고 내년에도 -2%에 그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마련됐다. 이처럼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등 '트로이카'가 요구한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그리스 정부는 강도 높은 추가 긴축조치를 제시하고 나섰다. 우선 공공부문에 새로 도입한 예비 인력 제도의 대상자를 애초 2만명에서 3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예비 인력으로 분류된 공무원은 1년 안에 이전 급여의 60%를 받으면서 공공부문의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며,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해고된다. 또 올해부터 내년까지 징수할 예정인 부동산특별세로 65억 유로를 확충하고 2014년까지 추가로 특별세를 거둬들일 계획이다. 베니젤로스 장관은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6차 지원자금 집행을 보증하고 신용경색을 피할 수 있도록 충분히 잘해왔다"며 "어려운 결정을 내렸고 국민들도 커다란 희생을 감내할 것이기 때문에 80억유로 지원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제금융 제공 조건이었던 2011년과 2012년 재정 적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EU의 그리스 지원안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EU 재무장관회의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등 이달 예정된 주요 회의에서도 민간 채권단의 채권 손실 상각 비율 확대 등 구제금융 지원안 자체에 대한 조정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유로존 관료의 말을 인용해 "EU회원국들이 추가적인 손실 상각을 위해 그리스에 더 강력한 긴축재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스에 대한 6차 구제금융 지원 여부는 트로이카 실사단의 실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EU정상회의에서 최종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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