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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 골프세상] 오크힐스에서의 색다른 경험



오크힐스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잘 알려진 오크밸리와 같은 회사로, 스키슬로프에 조성한 산악골프코스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헤매지 않았을 텐데 그냥 한 골프전문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약도만 믿고 갔다가 적잖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그 약도는 가장 보편적인 길을 놔두고 꽤 우회하는 뒷길을 친절하게(?) 안내했다. 그 길에는 오크밸리 안내표지판은 있었지만 오크힐스 안내표지판이 없어 ‘길을 잘못 들지 않았나’ 가슴 조리게 했다. 오크힐스 입구에 다다라서야 두 골프코스의 표지판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우리는 오크밸리 리조트단지의 뒷문으로 들어온 셈이었다. 그러나 부실한 안내표지판 때문에 단지 내로 진입하고서도 우리는 오크힐스를 지나쳐 오크밸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초행이 죄라면 죄겠다. 그렇게 도착한 오크힐스 골프코스의 첫 인상은 ‘어 만만한 코스가 아니겠는데’였다. 산등성이마다 괴물 같은 리프트시설이 차지하고 있는 스키슬로프에 조성한 골프장이라 편안하고 시원한 느낌은 없었지만 산악지역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짙은 빛깔의 침엽수 무더기와 심한 경사, 그리고 골짜기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좁은 페어웨이와 그린은 보통 집중을 하지 않고선 낭패를 당하기 쉬운 코스였다. 한마디로 도전욕을 불태우는 코스로 비쳤다. 클럽하우스에서 산으로 올라가며 스키슬로프 거의 정상 부근까지 오르는 브릿지코스와, 슬로프를 따라 내려와 평지에 이르는 힐코스로 구분된 골프코스는 한 눈에 많은 함정과 덫을 숨긴 코스임을 보여주었다. 이런 첫 인상은 첫 홀에서부터 사실로 입증되었다. 브릿지코스 1번홀에서 네 명의 동반자들은 모두 파온을 시켜놓고도 한 사람만 파를 세이브하는 뒷통수를 맞았다. 그린의 빠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수도권 골프장의 그린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마치 미국의 PGA대회가 열리는 코스의 그린을 직접 체험하는 듯했다. 브릿지코스의 6번 홀은 거의 산 정상에 조성돼 눈 아래로 골프장 전경은 물론 멀리 연한 자줏빛으로 출렁이는 태백산맥의 파도가 밀려왔다. 아무리 집중이 중요하다 해도 이런 심산유곡의 비경을 외면하는 것 또한 골퍼의 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 아래 산세가 아름답고 깊었다. 고산지대에 오후 늦은 시간인 탓인지 늦여름인데도 기온이 변화가 심해 해거름녘에는 쌀쌀함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아침 저녁 온도차가 15도나 된다고 알려준 캐디는 수시로 잔 기침을 하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이 태백산맥 너머로 떨어지며 산자락에 그늘이 지기 시작하자 골프코스는 또 다른 고즈넉한 분위기로 변했다. 어둠이 짙어가면서 조명이 들어오자 별천지가 따로 없다 싶었다. 힐코스로 접어들자 카트길 여기저기서 투둑투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주일 남짓의 울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매미들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그린 위에도 메뚜기 귀뚜라미 잠자리의 사체가 흩어져 있었다. 한 계절의 종언을 고하는 의식을 보는 듯했다. 좋은 스코어는 아니었지만 굉장한 인내와 자제력, 그리고 끝없는 집중력을 요구하는 코스에 만족할 수 있었다. 단 한번의 라운드였지만 골프코스를 빠져나올 때는 며칠간 캐나다 로키산맥 근처의 산악 골프장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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