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문화의 소재이며 대상이다. 물과 문명이 불가분의 관계가 되도록 하는 바탕에는 과학기술이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은 홍수와 가뭄을 줄이고 풍부한 물을 쓸 수 있게 하며 위생적인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영국의 의학잡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은 현대의학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로 항생제와 백신을 제치고 상하수도를 선정했다.
기후변화는 물 위기의 시대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국제 물 위험 및 리스크관리센터(ICHARM)는 1900년대 이후 발생한 자연재해 중 물로 인한 재해가 사망자의 58%, 재산피해의 72%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물 부족을 세계 3대 위기로 꼽고 있다. 역설적으로 보면 물의 위기는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물 산업 조사기관인 GWI는 물 산업 규모가 현재 5,578억달러에서 2025년 8,650억달러로 55%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2030년경 물 분야 투자가 통신의 6배, 전력의 4.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의 심미·여가적 기능은 도시의 정주여건을 개선시켜 도시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의 위기를 극복하고 물로 인한 기회를 얻기 위해 우리는 창의성과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 경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과 한류로 표출되는 역동적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창조경제가 새로운 경제 사조로 자리 잡힐 경우 우리나라의 국제적 리더십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그동안 물관리에는 정보기술(IT)·생명공학(BT) 등 첨단기술이 각각 적용돼왔으며 최근 스마트 워터 그리드를 통해 종합되고 있다. 스마트 워터 그리드는 첨단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지표수·빗물·지하수 등 다양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생산·수송·저장·배분·관리하는 지능형 물관리 시스템이다. 멤브레인·오존 등을 활용한 고도 수처리, IT와 센서 기술을 활용한 관망과 수질 등의 관리와 운영을 포괄한다. 이와 같은 기술의 효과적 개발과 적용을 위해 선도적 국가들이 나서고 있으며 국제적인 통용을 위한 표준화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물 산업은 엔지니어링·건설·제조·운영관리를 포괄하며 대기업·중소기업·공기업이 각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공공성이 강하고 계획부터 관리까지의 연계가 중요하다. 따라서 중소기업 개발제품이 실용화·상용화되도록 공공 부문에서의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물 관리의 국제적 어젠다를 선점하고 이끌어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네덜란드는 세계물포럼을 통해 자국의 물 관리 기술을 브랜드화시켜 수출을 크게 늘리고 일본은 2003년 제3차 세계물포럼을 계기로 아시아적 특성을 반영한 '물 재해'를 세계적 어젠다로 만들고 리더십을 확보했다. 우리나라도 2015년에 제7차 세계물포럼을 개최한다. IT 강국의 이미지를 활용해 '스마트 물관리'를 국제화시키고 표준화해 물 산업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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