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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古刹과 디즈니랜드 두 얼굴의 유혹

일본 지바(千葉)<br>우라야스시 도쿄 디즈니랜드 매일 꿈·모험 판타지 축제<br>1,000년 넘은 신쇼지 절엔 만사형통 기원 방문객 발길<br>골프장만 150개 '골프천국' 주말엔 가족 갤러리들 북적

나리타산 신쇼지 내 전경. 940년에 창건된 신쇼지는 관동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매년 새해 첫날이면 한 해의 만사형통을 기원하러 전국에서 몰려든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나리타산 신쇼지 내 본당(왼쪽)과 삼중탑. 일본 건축물 특유의 정교함을 확인할 수 있는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일본오픈이 열린 다카노다이CC. 주택가 한 가운데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공원처럼 조성돼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에게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익숙하듯 도쿄의 시선에서 지바(千葉)는 가깝고도 먼 곳이다. 도쿄에서 JR(일본 철도)로 40분이면 닿는 지바지만 도쿄에서 느낄 수 있는 도시적 활기와 번잡함은 찾아볼 수 없다. 농∙공업 도시답게 밤이 일찍 찾아와 오후 5시만 넘으면 한밤중처럼 고요해진다. 지바는 일본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무척이나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도쿄가 행선지인 사람들이 가장 먼저 통과하게 되는 나리타국제공항이 바로 지바현 나리타시에 위치해 있다. 나리타시가 있는 북지바가 비교적 상업적으로 발달했고 태평양과 인접한 남지바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남지바의 온난한 기후와 어울리는 유난히 파란 하늘, 끝없이 펼쳐진 삼나무 숲은 도쿄 인근이라는 설명이 믿기지 않을 만큼 눈부시게 선명하다. ◇디즈니랜드와 1,000년 고찰(古刹)의 공존=일본의 대표 명소 중 하나인 도쿄 디즈니랜드도 행정 구역상 지바에 속해 있다. 도쿄 바로 옆 우라야스시에 위치한 도쿄 디즈니랜드는 미국 애너하임의 '원조' 디즈니랜드를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일부 공연물을 통해 지역색을 잘 살렸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처음 지어진 디즈니랜드답게 어드벤처랜드∙판타지랜드∙투모로우랜드 등 꿈과 모험이 가득한 환상의 나라를 충실히 구현해놓았다. 북적대는 축제 분위기를 충분히 경험했다면 나리타산 신쇼지(新勝寺)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나리타공항에서 불과 10분 거리라 돌아오는 편에 맞춰 일정을 짜거나 도착 직후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지어진 지 1,000년이 훨씬 넘어 관동지방을 대표하는 사찰로 이름난 신쇼지는 동틀 무렵이나 해질 무렵 방문해야 제격이다. 안개나 어둠에 반쯤 가린 모습은 햇빛 아래 다 드러났을 때보다 훨씬 신비롭다. 신쇼지는 매년 새해 첫날이면 한 해의 만사형통을 기원하러 오는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일본의 1월1일 표정을 대표하는 곳이라 취재 차량들로도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아침∙저녁으로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입구를 함께 통과하면 이별하게 된다는 얘기도 전해 내려와 위기의 연인들은 주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리타산(成田山)이라는 세로 현판이 한눈에 들어오는 웅장한 입구를 지나면 아찔한 경사의 계단이 이어지고 계단을 모두 오르면 후각을 자극하는 향 냄새가 방문객을 반긴다. 통증이 있는 신체 부위를 쬐면 씻은 듯 낫는다는 얘기가 있어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흠뻑 향을 쬐어 몸을 건강히 하고 신성한 물로 손을 씻은 뒤 본당으로 향하면 유리로 차단된 깊숙한 곳에 불상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커다란 발 뒤에 모습을 숨기고 있어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방문객들은 먼발치에서 합장과 묵념으로 인사하고 안녕을 기원한다. 본당 주변 건축물들 또한 특유의 소박함 속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숱한 지진에도 끄떡없었던 신쇼지 내 건축물들은 지난 3월 동북부 대지진 여파로 시련을 겪기도 해 군데군데 돌이 뒤틀린 흔적이 역력했다. 사찰을 돌아 나오는 길에는 자동판매기가 있다. 운수가 적힌 쪽지를 받는 자판기다. 길하면 고이 간직하고 흉하면 건너편 쇠막대에 동여매놓고 가면 된다. 신쇼지 주변에는 먹을거리도 많다. 3대가 가업으로 이어온 쌀과자집, 수백년 된 반찬집 등이 사찰로 이어지는 도로의 양 옆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나기동(장어 덮밥)과 땅콩과자는 꼭 먹어봐야 한다. 지바가 일본 최대의 땅콩 산지이고 민물장어가 맛나기로 이름난 곳이기 때문이다. ◇골프 천국에서 배우는 기량과 에티켓=지바는 골프 천국이다. 현 내에 150개에 육박하는 골프장이 들어서 있다. 이 중 일본프로골프 최고 권위의 대회인 일본오픈을 개최한 다카노다이CC는 일본 전체 골프장을 대표할 만한 명문 클럽이다. 1932년 개장해 무려 79년의 세월을 지낸 다카노다이CC는 주택 밀집 지역 한가운데에 공원처럼 자리잡고 있다. 특히 소박한 클럽 하우스를 나와 바로 보이는 18번홀이 장관이다. 곧게 뻗은 나무들이 빽빽이 양 옆을 지키는 가운데 끝 모르고 쭉 뻗은 필드는 보는 이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해준다. 일본오픈을 관전하러 온 갤러리들은 나무 그늘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낮잠을 즐기며 오롯한 휴일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가족 단위 갤러리가 유독 많았고 견학을 온 듯한 중∙고생들도 눈에 띄었다. 대회가 열리는 줄도 모를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홀 주변에서는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3~4년 전부터 조용한 갤러리 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의를 요청하는 운영요원의 모습만 봐도 차마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못할 것 같았다. 피켓을 든 운영 요원은 대부분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자원봉사자들이었고 리더보드를 고치는 요원 역시 할아버지들이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골프를 치는 노인들도 많지만 골프장에서 종사하는 노인들도 많다. 캐디의 대부분이 65세 넘는 할머니들이라 처음 일본 골프장을 찾는 사람이라면 적잖이 당황할 듯싶다. 평소 캐디를 대하는 자세가 고압적인 골퍼라면 일본 골프여행에서는 고생깨나 할 것 같다. 실제로 일본 캐디들은 필드에 나가기 전 고객명단에서 한국 이름을 발견하면 잔뜩 긴장한다고 한다. 페어웨이가 극도로 좁고 러프가 깊기로 악명 높은 일본 골프장은 샷의 기량도 높이면서 에티켓도 배울 수 있는 유쾌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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