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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 떠넘긴 미분양 물량 '골칫거리'로

2∼3년전 특판 형식으로 팔았는데 입주 앞두고 분양가 이하로 가격 '뚝'<br>직원들 잔금·이자 부담 등으로 '속앓이' 건설사도 뾰족한 대책없어 고민 깊어져


A건설사의 김모 부장은 최근 다가오는 아파트 입주 문제로 속이 타 들어간다. 2년 전 어쩔 수 없이 경기 북부 지역에서 분양한 회사 미분양 물량을 계약했는데 입주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용 면적이 120㎡가 넘는 중대형이어서 분양가도 7억원에 육박한다. 계약금만 낸 뒤 입주 전에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기려 했지만 차익은커녕 분양권 가격이 오히려 분양가 밑으로 한참 떨어진 상태다. 김 부장은 "회사에다 대놓고 반발할 수도 없고 속앓이만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업계가 자사 직원들에게 떠넘긴 미분양 물량의 입주가 다가오면서 회사 측은 물론 직원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설업계는 지난 2~3년 전 수도권 미분양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할 때 자사 직원들에게 이른바 '미분양 특판' 형식으로 강매하다시피 물량을 떠넘겼다. 신규 아파트 계약률이 적어도 30%는 넘어야 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가장 미분양 문제가 극심했던 경기 파주ㆍ고양ㆍ용인 등에서 이 같은 미분양 떠넘기기가 성행했다. 수도권 북부의 C단지ㆍD단지의 경우 총 1,000~2,000가구 규모의 물량 가운데 자사 직원들이 분양 받은 물량만 100~200여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대부분 올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지만 전매는 되지 않고 마이너스 프리미엄만 붙어 건설업체와 직원 모두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을 떠안은 B건설사의 한 직원은 "처음에 계약금만 내고 중도금은 무이자 형식으로 계약했고 한때 재테크 수단으로 기대도 했으나 이제는 잔금 마련에 대한 압박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의 경우 6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 잔금을 아파트 담보대출로 전환해도 적어도 4억원 정도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4억원이면 1년 이자만 2,000만원 수준이 되기 때문에 연봉의 대부분을 이자로 갖다 바쳐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업체들도 직원들의 반발과 이런 상황을 감안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다. B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도 직원들의 물량을 먼저 전매해주기 위해 전문 공인중개사와 계약해 물량을 팔아 넘기려고 했지만 워낙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측은 이에 따라 직원들의 물량을 전량 계약 해지한 뒤 분양 대행사에 한꺼번에 넘기거나 추가 분양가 할인을 통해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입주 지연이 불가피하고 기존 일반 계약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겨 섣불리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C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남아 있는 미분양 물량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분양 받은 물량까지 해결해야 하니 상황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이런 그늘이 더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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