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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술과 관련된 조상들의 큰 업적을 제대로 연구ㆍ보존ㆍ홍보하기 위해서는 국립 책박물관의 설립이 꼭 필요합니다. 국립박물관ㆍ국립도서관ㆍ국회도서관ㆍ규장각ㆍ장서각 등이 소장한 고서를 한 곳에 모으고, 개인 소장가들의 중요 고서들을 합쳐 한국의 책과 인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기획 조직해야 합니다."
창립 50조년을 맞은 화봉문고 여승구 대표는 5일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우리 조상들이 우수한 금속활자 인쇄술을 가졌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이를 소개할 국제적인 수준의 출판사도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한문교육 중단으로 우리 문화재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됐다고 덧붙였다.
화봉문고가 32년 동안 수집한 고서와 자료를 선보이는 동시에, 책과 함께 걸어온 화봉문고 50년 역사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고서 관련 전시회가 서울 관훈동 화봉갤러리에서 6회에 걸쳐 열린다.
특히 태조가 개국공신들에게 내린 좌명공신녹권과 정조대왕 문집의 핵심만 골라 편찬한 어정제권의 경우, 이번에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이달 30일까지 진행되는 '책으로 보는 단군오천년' 전시회를 비롯해, 4월 '한국의 고활자', 5월 '한국 문학작품 산책', 6월 '한국 교과서의 역사', 7월 '고문서 이야기', 8월 '무속사상, 그리고 불경ㆍ성경ㆍ도교ㆍ동학 자료' 전시회가 각각 한 달씩 8월까지 진행된다.
첫 전시인 '책으로 보는 단군 오천년'에는 총 271종 491점의 고서 및 유물이 전시된다. 특히 '눈으로 보는 화봉문고 50년'을 주제로 한 물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4월 '한국의 고활자' 전시에는 한국 출판문화의 우수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의 고활자본를 한자리에 모았다. 여러 종류의 금속활자(230여종), 중앙과 지방ㆍ민간에서 쓰였던 다양한 크기의 목활자(120여종), 우리고유의 한글로 만든 한글활자(60여종) 등을 접할 수 있다.
5월에는 '한국 문학작품 산책' 전시다. 한국 최초의 국한문혼용 기행문인 '서유견문'과 기념비적인 신문학 소설들의 초판본이 선보인다. 6월 '한국 교과서의 역사' 전시에는 조선 최초의 교과서 동몽선습과 명심보감 초간본 등이, 7월에는 '고문서 이야기' 전시에서는 1401년 태종이 내린 '좌명공신녹권'등의 고문서를 접학 수 있다. 마지막 8월 '무속사상…' 전시에서는 당사주 70여책과 무속도구ㆍ무속화 등이 전시된다.
1982년부터 화봉문고와 인연을 맺어 온 이상보 국민대 명예교수는 "1960~1970년대 화봉문고가 수입한 외국학술잡지ㆍ신문ㆍ서적 등을 통해 얻은 정보는 외국의 고급 정보에 목말라 하던 독자들에게 시원한 감로수와 같았다"고 회고했다.
한편 1963년 설립된 화봉문고는 외국 학술잡지와 신문ㆍ서적 등 전세계의 최신 정보를 수입하는 업체로 출발했다. 1976년에는 '월간 독서'를 창간해 독서대상ㆍ독서문학상ㆍ문화세미나 등을 진행했고, 1982년에는 서울 북페어를 창설했다. 또 2008년에는 모란갤리리를 인수해 화봉갤러리로 새롭게 개관했다. 2013년부터는 수천 점의 미술품을 체계적으로 관리ㆍ전시ㆍ대여ㆍ유통하는 화봉미술은행 업무도 시작했다. 특히 1만여점의 고서를 모아 일반 연구자들에게 열람을 허용하는 화봉서지학문고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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