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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발리 로드맵은 새로운 기회

제1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발리 로드맵’을 채택했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모든 선진국들은 오는 2009년까지 교토의정서의 의무감축국가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협상에 나서고 개발도상국들은 측정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자발적 감축 협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것을 고려할 때 세계 에너지정책은 획기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미국은 협약에 가입해놓고도 지금까지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왔으나 각국의 맹공으로 이번 로드맵에 따라 감축 협상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은 개도국도 예외 없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같이 선진국으로 가는 나라가 감축의무 이행 예외를 받는다는 것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반면 개도국의 협상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국과 인도 등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원자력의 역할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79년 스리마일 원전사고 이후 본토에 원전을 짓지 않았지만 지금은 2030년까지 30기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등 원자력 러시의 최대 참여국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100여기를 포함해 전세계는 450기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고 향후 2020년까지 전세계에 100기의 신규 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선진국들은 조용히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신규 원전 2기 건설비가 약 5조원 정도이므로 세계 원전시장은 천문학적인 규모다. 기후변화협약의 시작은 지구환경 보전에서 출발했으나 결과는 세계 각국의 경제적 이해득실과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그리고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돼가고 있다. 한편 환경단체의 압력과 개도국의 정치적 거부감 및 원자력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2001년 제7차 당사국 총회에서 결의된 ‘마라케시합의’에 따라 선진국은 원자력을 공동이행(JI)이나 청정개발체제(CDM)에 이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도국은 다르다. 개도국에 대한 원자력의 CDM에 이용 제한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엔은 ‘개도국지원기후적응기금’이 2015년에는 860억달러(약79조원)나 소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개도국을 통한 원자력 이용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에 관한 한 농축과 후행연료를 제외한 설계ㆍ제작ㆍ시공ㆍ운영ㆍ정비ㆍ연료 등 모든 분야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으므로 개도국의 CDM에 대한 원자력 이용과 우리나라의 참여를 국가 차원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대응하길 주문한다. 우리나라는 탄소배출량 세계 9위, 배출 증가율 세계 1위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향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해 2012년까지 1990년 배출량 기준의 20%인 5,800만톤을 감축목표로 정했다. 그러나 배출량 감축은 바로 대규모 비용 발생과 경제성장 저감으로 이어진다. 배출량 5% 감축은 49억달러(약 4조6,000억원)의 비용이 들고 2013년 이후 매년 0.5% 이상의 국내총생산(GDP)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 더구나 같은 양이라도 감축 비용은 국가별로 달라 일본이 미국보다 1.5~2배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미국처럼 광활한 국토를 가진 나라보다 우리 같은 자원 빈국이 감축 비용 면에서 불리함을 내포하는 것이다. 때마침 정부의 ‘제4차 기후변화 종합대책’은 시의 적절했으며 국내 에너지 공급에 원자력 비중 확대를 국가적 전략 차원으로 다루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불어 국내 원자력기업들도 한국의 감축의무 이행과 해외 원전 수출을 통한 감축 비용의 조달이라는 막중한 미션을 명심하고 목표를 향해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전략적 컨소시엄을 형성해 해외 에너지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협약은 세계 각국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발리 로드맵은 우리에게 원자력 이용 확대로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국민 복지와 쾌적한 환경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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