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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버리고 '빵' 선택… 오일달러 앞세워 7~8% 고속성장 기대

■ 이란 핵협상 13년만에 타결

시장개척 목마른 서방기업, 수백억 달러 투자러시 예고

美 의회승인 등 걸림돌 남아 경제 순항 낙관하기는 일러

이란 핵협상이 마침내 타결됨에 따라 지난 2010년 이후 무거운 제재의 족쇄를 찼던 이란 경제도 회생 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란 정부가 20개월간 이어져온 서방과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군사시설 사찰 등 당초 완강하게 거부했던 쟁점에서 막판 양보로 결론을 내린 것도 피폐해진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4,200억달러 규모에 불과한 이란 경제는 제재 해제 후 18개월간 7~8%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이번 협상 타결이 곧바로 이란의 세계 경제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과 주요6개국(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의 합의에 따라 이란에 대한 서구의 경제·금융제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사찰 결과 핵무기 개발과 관련이 없다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 지속될 예정인데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협상은 아직 미국 의회의 승인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란과 주요6개국 외무장관들은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100쪽이 넘는 합의문에 최종 서명했다. 이로써 이란은 2002년에 불거진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서구의 고강도 경제제재에서 벗어나게 됐다. 합의문 발표에 앞서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이란은 막판까지 쟁점으로 남아 있던 IAEA의 이란 내 군사시설 사찰과 핵 프로그램에 관여한 과학자 면담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란이 군사시설로 분류해 공개를 거부해온 중부 파르친의 고폭(기폭)장치 실험시설도 IAEA가 한 차례 방문 조사하기로 했다. 막바지 변수로 협상 타결을 지연시켰던 유엔의 대(對)이란 무기금수 조치에 대해서도 양측은 합의점을 찾았다.

핵을 포기하고 베일에 가려졌던 군사시설까지 공개하는 대신 이란은 오랜 경제제재에서 해방됨으로써 중동 최대 경제국으로서의 옛 위상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이란 경제는 2006년 유엔의 경제제재에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이 가세, 2010년부터 세계 무대에서의 경제활동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전면 제재의 여파로 2013년 이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0%에 그치고 물가 상승률은 4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내년 상반기부터 대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목마른 서방 기업들이 이란으로 앞다퉈 몰려들면서 이란 경제는 묻혀왔던 잠재력을 폭발적으로 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인구 8,000만명의 거대 시장이자 자원 부국으로 제재 해제와 함께 수백억달러의 투자금이 이란으로 유입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로이터는 이란의 세계 금융 및 교역시장 복귀는 1990년대 냉전에서 벗어난 동유럽 국가 이후 세계 경제에 편입되는 최대 사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는 2018년 중반까지 이란과 EU 간 교역량은 전년 대비 400%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는 만큼 이란 경제의 순항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제재 해제는 올해 IAEA가 군사시설 사찰 결과 핵무기 개발과 관련이 없다는 점이 명확해져야만 이뤄질 수 있는데다 이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미 공화당이 의회에서 이번 합의안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협정문에 대한 60일간의 검토에 돌입하는 의회에서는 벌써부터 공화당이 이번 협상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간 팽팽한 신경전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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