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독일'에 대한 경고음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악의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25년 내 유럽 1위 경제대국 자리마저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1일 블룸버그·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최근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 함부르크 세계경제연구소(HWWI), 유럽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등으로부터 독일의 출산율 저하, 고령인구 비율 증가, 근로가능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분석이 잇따랐다.
연방통계청은 지난달 말 성명서에서 "장기적으로 독일의 인구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지난 2013년 현재 8,080만명인 인구가 오는 2060년까지 1,320만명 감소해 6,760만명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독일은 이민자 순유입 증가 덕분에 앞으로 5~7년간은 전체 인구가 늘어나겠지만 이후부터 현재 추세의 이민자 유입으로는 출생률 저하 등에 따른 인구감소를 막을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HWWI도 비관론을 거들었다. 이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독일 인구 1,000명당 출생률은 2008~2013년 평균 8.2명에 그쳐 영국과 프랑스의 평균 출산율(12.5명)은 물론이고 세계 최저 수준인 일본(8.4명)에도 못 미쳤다. 독일의 20~65세 근로가능 인구 역시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데 2020년 초부터는 감소 속도가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분석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연초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향후 15년간 독일의 노동인구 순감소 규모가 6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텔레그래프는 독일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이르면 2040년 무렵부터 영국·프랑스에 뒤처지게 된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진단을 소개하며 유럽 내 헤게모니 이동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출생률이 떨어지는 반면 기대수명은 늘어 독일은 점점 더 노인들의 나라가 될 위기에 처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독일의 중위연령(전체 인구 연령의 중간값)은 46.3세로 이미 유럽 주요15개국(아일랜드 35.9세, 이탈리아 45세 등) 중 가장 높으며 인구의 고령자 의존비율(20~64세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도 32.7%에 달해 33.8%를 기록한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HWWI에 따르면 21세기 중반 독일 여성의 기대수명은 88세까지, 남성 기대수명은 84세까지 오르며 20~65세와 그 이상 고령인구 간 비율이 1대1까지 악화돼 공적연금 등의 위기를 부를 것으로 우려됐다.
인구 고령화는 기업들의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신제품 개발 및 혁신을 저해해 독일 경제의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HWWI의 안드레스 볼프 박사는 "독일은 튼튼한 노동시장 없이 역동적 비즈니스 중심지로 장기간 남을 수 없다"며 "국민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이민정책 개방확대 등의 정책을 주문했다. 그러나 독일 내에서는 이민자 유입에 반대하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주장하는 신생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작센주 등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지방의회에 입성하는 등 반(反)이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정책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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