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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옷걸이론'과 인사철
입력2007-10-31 17:25:45
수정
2007.10.31 17:25:45
“CEO나 임원들이란 게 바로 옷걸이 아니겠습니까. 누군가 옷을 걸어줘야 때깔이 나는 법이죠. 어느날 갑자기 옷을 걷어가 버린다면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 전 만난 한 그룹 계열사의 사장이 기자를 만나 뜬금없이 꺼낸 ‘옷걸이론’이다. 그의 말인즉슨 월급쟁이란 게 직급에 상관없이 처지가 똑같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위로 올라갈수록 이래저래 행동거지에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가끔 주변에서 보면 자신이 옷걸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마치 옷인 것처럼 처신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마도 냉혹한 조직의 세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지난 30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인사를 시작으로 재계의 연말 정기인사 시즌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긴 하지만 올해도 또 어떤 새로운 별들이 뜨고 질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올해 경영상태가 좋고 덩치도 키운 곳이야 느긋한 분위기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막바지 실적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일부에선 최고경영층으로부터 연말 주가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특명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금년은 대선이라는 정치 변수에다 여러 가지 불투명한 경영환경까지 겹쳐있다 보니 기업마다 인사에 적지않은 고심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부에선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임원 감원설까지 나돌 정도로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임원들이 이래저래 받는 스트레스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A사의 한 임원은 “내세울 만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라며 “요즘 밥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 인사고과에 목을 매달고 있는 직장인들 입장에서도 점수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선 정치판을 닮아 경쟁자에 대한 음해성 루머까지 퍼뜨리는 네거티브 전략까지 동원해 주위사람을 씁쓸하게 만들곤 한다.
옛말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해 성적표를 내걸고 자신의 옷걸이에 걸려질 그럴싸한 옷을 그저 기다리는 모습이 더 소중해 보이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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