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아버지의 고향인 경북 안동 도산을 드나들며 봤던 아름다운 한옥을 소년은 잊지 못했다. 어른이 돼서도 소년은 그 풍경을 늘 가슴에 담고 있었고, 결국 한옥을 꿈꾸는 학교 하나를 만들었다. 지난 9월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에 ‘한국전통건축학교’를 연 이창림(40ㆍ사진) 변호사. 학교 이사장이기도 한 이 변호사는 “마을 친지 분들이 사는 한옥을 보며 사람에게 가장 잘 맞는 자연 그대로의 집인 한옥에서 살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다 체계화된 정보가 거의 없는 걸 알고 학교 운영을 계획하게 됐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지난 9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대구지법 판사를 거쳐 지난 2004년 울산지법 판사로 부임해 일하던 이 변호사는 지난해 말께 좀 더 ‘자유로운 법조인’이 되겠다는 맘으로 사직을 결심했다. 그는 이 때부터 그동안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던 한옥 짓기를 실천에 옮겨볼 생각을 한 것. 지인들에게 묻고 인터넷을 뒤지고 했지만 살림집으로서의 한옥을 짓기 위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개인 집 한 채 짓는데 유명한 도편수(전통 목조건축 분야에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보를 찾아 다니다 보니 한옥을 직접 짓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울산에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이 변호사는 “우선 내 집을 짓는 것보다 한옥을 짓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고 유용한 뭔가를 만들자”는 생각을 했고 지난 2월 사직과 함께 전통건축학교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 부지 선정부터 고민이었다. 도심 바깥이면서도 접근성이 좋았으면 했다. 앞으로 한옥 단지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므로 주변이 개발되지 않는 것도 필요했다. 그런 조건을 따지다 현재의 울주군 두동면 박제상 유적지 근처 5000여㎡ 부지를 선택했다. 앞으로 이 유적과 연계돼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관련 분야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 강원도 삼척 ‘한국전통직업전문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이진섭 교수(대목장·문화재수리기능사 제1223호)를 수석 교수로 모셔왔고, 이인희 교수도 결합했다. 현직 울산과학대 이철영 교수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수업은 직접 집을 짓는 실습 중심으로 진행되며, 1기수 4개월이 지나면 새로운 한옥이 만들어지게 된다. 변호사는 앞으로 수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한옥을 ‘가족과 함께 하는 체험교실’ ‘전통 예식장’ 등으로 만들고, 한옥단지를 조성해 시민들에게 새로운 명소를 제공할 계획이다. 학교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개인 집도 갖고 싶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전통건축기술고등학교 같은 것을 만들어 젊은 장인들을 양성하고 싶은 꿈도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만의 우수한 전통건축문화를 이어가고 한옥의 세계화에 좋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전통건축학교는....
한옥·황토집 직접 만들어… 수강생에 일자리 추천도 울산 울주군 두동면 이전리에 있는 ‘한국전통건축학교’(이사장 이창림)는 한옥과 정자를 비롯해 전통건축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지역 첫 학교다. 강의는 ▦전통건축 주말과정(교육기간 4개월, 토·일 수업)과 ▦전통건축 평일과정(교육기간 2개월, 월·화·수·목요일 수업) ▦전통 흙집(황토) 짓기 주말과정(토·일요일반 각각 교육기간 16주) 등으로 구성돼 있고, 직장인과 대학생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교육은 실습중심으로 진행되며, 전통건축전문과정은 75.9㎡ 팔작 지붕 형태의 기와집을, 전통흙집짓기 주말과정은 16.5㎡ 규모의 황토집을 각각 만들게 된다. 자세한 사항은 학교 홈페이지(http://www.kor-school.co.kr)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이 학교는 배운 것을 실제 경제적 활동에 쓸 수 있도록 ㈜한국전통건축과 협약을 체결, 수업이 없는 날을 이용해 수강생에게 전통건축과 관련된 일자리도 추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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