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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연천

꽃 시샘하는 얼음폭포·계절 잊은 고드름 … 春來不似春

6·25 동란 상흔 보듬고 흐르는 한탄강 전곡리엔 구석기시대 삶의 흔적 그대로

가는 겨울이 아쉬운듯 꽁꽁 언 재인폭포 고대산 폐터널서 자란 역고드름도 볼만

주변의 주상절리가 장관인 재인폭포. 얼어붙은 폭포는 3월 말이나 돼야 녹아 없어진다.

연천의 명물 역고드름. 천정에서 내려 자라는 일반 고드름과 달리 이 터널 안의 고드름은 바닥에서 솟아오른다. 역고드름은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이 땅에 떨어지며 얼어붙어 생성되는 것이다.

재인폭포와 역고드름이 떠나지 못한 연천의 겨울 풍경이라면 여기저기 피어나는 새싹은 다가오는 봄의 풍경이다. /사진제공=연천군

3월의 연천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연천군은 경기도 내 31개 지자체 중 양평·가평과 함께 마지막 남은 군의 하나로 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다. 그래서인지 한쪽에서는 고드름이 얼어 있는데 한쪽에서는 새싹이 언 땅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실제로 연천군의 상징인 재인폭포와 땅에서 솟아오르는 역고드름은 3월 말이 돼야 녹아내릴 정도다. 경기도 동북단에 위치한 지정학적 환경 때문에 겨울이 유난히 긴 연천은 그래서 '안보관광지'라는 명성이 걸맞은 지자체다. 연천군은 이에 지난 2007년 임진강변개발계획을 수립하고 DMZ를 '평화생명지대(PLZ·Peace Life Zone)'라고 고쳐 부르는 등 군사지역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콩과 율무 농사 등 농업 외에 이렇다 할 수입원이 없는 연천군이 관광으로 눈을 돌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이번주에는 떠나가는 겨울과 다가오는 봄을 양손에 부여잡고 있는 안보관광지 연천으로 떠나보자.

◇안보관광 1번지=최근 연천군의 인구는 2%가량 줄었다. 대부분의 농촌이 그렇듯이 연천 역시 인구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선사유적지가 발견된 후 개발이 제한되자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연천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고학자나 역사학자들은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볼멘소리마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런저런 아픔을 겪은 후연천은 이 같은 자산을 밑천 삼아 관광지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분단의 현장과 선사유적지라는 자산을 활용해보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실제로 열쇠전망대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휴전선 전역에서 유일하게 걷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월 3,000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관광명소였다. 하지만 지난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마저 중단되고 말았다.

관광산업마저 안보 환경에 영향을 받는 연천은 이래저래 군 정책이나 문화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마침 지나가다 바라본 부대 담벼락에는 "다섯 번째 땅굴은 5사단이 찾는다"는 구호가 붙어 있었다. 1974년 9월 월남한 김부성씨가 "중부전선에 땅굴이 모두 11개가 있다"고 증언한 데 따른 것이다.

버스 앞좌석에서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던 장승재 DMZ관광 대표는 "휴전선 155마일은 리(里)로 환산하면 625리로 6·25 동란이 발발한 날짜와 숫자가 일치한다"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연의 일치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묘한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이곳 열쇠전망대 오른편을 보면 그 이름도 유명한 백마고지가 보인다. 치열했던 전투로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렸던 이 고지의 높이는 395m에 불과하다. 백마고지 전투는 세계 전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치열해 양측이 쏘아대는 포탄에 산의 높이가 1m나 깎여나갈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는 양측에서 뿜어내는 팽팽한 긴장감만 흐르고 있을 뿐이다.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우리나라 구석기 유적을 대표하는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1978년 겨울 한탄강 유원지에 놀러 왔던 미군 병사에 의해 구석기 유물이 발견되면서 주목을 받게 됐다.

이 병사는 채집한 석기를 김원룡 서울대 교수에게 가져갔고 김 교수와 정영화 영남대 교수가 이를 아슐리안계 구석기 유물로 밝혀내면서 이곳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구석기 유적지로 알려지게 됐다. 연천 전곡리 유적은 전곡 남쪽의 한탄강이 감싸고 도는 현무암 지대 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선캄브리아기에 형성된 변성암류인 편마암과 화강암이 기반암을 이루고 있다.

이 암반층 위에는 강원도 평강 지역에서 분출된 현무암이 임진강과 한탄강의 강바닥을 넓게 덮고 있다. 현무암 위에 적색점토퇴적층과 사질층의 퇴적물이 형성돼 있는데 이 퇴적물의 상부 점토층이 구석기 문화층으로 석기가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1978년 주먹도끼와 가로날 도끼 등 아슐리안형 석기의 발견 이후 현재까지 11차에 걸친 발굴을 통해 유적지의 성격 규명을 위한 학문적 노력이 계속돼왔고 3,000여점 이상의 유물이 발굴됐다.

◇재인폭포=선사유적지 구경이 끝났다면 재인폭포를 둘러볼 차례다. 가마골 입구에 있는 18.5m 높이의 재인폭포에는 고을 원님의 탐욕으로 빚어진 재인의 죽음과 그 아내의 정절이 전설로 전해 내려오고 있지만 문헌에는 전설과는 상반된 내용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옛날 원님이 이 마을에 사는 재인(才人) 아내의 미색을 탐해 이 폭포 절벽에서 재인으로 하여금 줄을 타게 한 뒤 줄을 끊어 죽게 하고 재인의 아내를 빼앗으려 했다. 그러자 재인의 아내는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거짓으로 수청을 들어 원님의 코를 물어뜯은 후 자결했는데 그 뒤부터 이 마을을 재인의 아내가 원님의 코를 물었다 해서 '코문리'라 불리게 됐고 차츰 어휘가 변해 '고문리(古文里)'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또 다른 설로는 옛날에 한 재인이 있었는데 하루는 마을 사람과 이 폭포 아래에서 즐겁게 놀게 됐다. 자기 재주를 믿고 흑심을 품은 재인은 그 자리에서 장담하며 약속하기를 '이 절벽 양쪽에 외줄을 걸고 내가 능히 지나갈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고 마을 사람들과 아내를 걸고 내기를 하게 됐다. 재인은 벼랑 사이에 놓여 있는 외줄을 타기 시작했는데 춤과 기교를 부리며 지나가는 모습이 평지를 걸어가듯 하자 이에 다급해진 마을 사람이 재인이 줄을 반쯤 지났을 때 줄을 끊었고 재인은 수십 길 아래 구렁으로 떨어져 죽게 됐다는 설이다.

전설이야 어찌 됐든 재인폭포는 보개산과 한탄강이 어우러지는 주위의 경관과 맑은 물로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연천군의 대표적인 명승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얼어붙은 재인폭포는 아직까지 위풍당당한 겨울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역고드름=역고드름이 자라고 있는 곳은 고대산 북쪽 자락에 있는 폐터널 안이다. 외부 온도는 따뜻했지만 터널 안에서는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종유석 모양의 역고드름을 매년 겨울철마다 볼 수 있다. 폐터널은 경원선 철도중단 지점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데 천정에서 쏟아져내릴 듯한 고드름과 바닥에서 둥근 모양으로 솟아 올라가는 고드름이 맞닿을 듯 늘어선 모습은 색다른 구경거리다. 이곳의 고드름 역시 3월 말이나 돼야 녹아버리는 까닭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리는 곳이다.

여행수첩

◇맛집

송림원 미산면 청정로 1043 (031)835-8813 오리백숙

대교여울목 백학면 청정로46번길25 (031)835-2527 민물매운탕



약수식당 신서면 연신로 1613 (031)834-8331 순두부·보리밥

신탄더덕오리 신서면 연신로1615번길 46 (031)834-9558 더덕오리

미담 연천읍 문화로 133 (031)834-1116 칼국수

고향손두부 손칼국수 연천읍 연천로 390 (031)834-3389 해물칼국수

◇숙박시설

뮤모텔 (031)832-1874

아비숑모텔 (031)832-6670

N모텔 (031)832-9277

◇주변볼거리

태풍전망대, 1·21무장공비침투로, 철도중단점열쇠전망대상승OP, 제1땅굴, 숭의전(사적 제223호), 백학저수지, 은대리물거미서식지(천연기념물, 제412호), 전곡리선사유적지(사적 제268호)

◇문의전화

연천군청 문화관광과 : (031)839-2061, 2823

연천군 시설관리공단 : (031)839-2901~2

/연천=글·사진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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