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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리 종신박탈·재산 몰수… 괘씸죄 더해 예상밖 중형

■ 보시라이 1심서 무기징역 선고<br>핍박 받는 좌파 아이콘 부상<br>최고지도부 심기 건드려<br>시진핑 부패척결 의지도 반영


중국 문화대혁명 이후 최대 정치재판의 주인공인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중국 지난 중급인민법원은 22일 보시라이의 1심 선고재판을 열어 뇌물수수ㆍ공금횡령ㆍ직권남용 등의 혐의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인정해 무기징역, 정치권리 종신박탈, 개인재산 몰수 등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보시라이가 뇌물로 받은 2,044만위안(36억1,000만원)과 공금횡령으로 축재한 500만위안(8억8,000만원)을 환수하도록 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보시라이가 쉬밍 다롄스더그룹 이사장과 텅샤오린 다롄국제발전공사 총경리로부터 2,044만위안의 금품을 수수한 것을 인정했다. 또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미국 총영사관 도피도 보시라이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이었으며 이로 인해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했다고 적시했다.

지난해 2월 왕 전 국장이 쓰촨성 청두 미국 총영사과에 망명을 기도하며 시작된 보시라이 사건은 5번의 재판을 거쳐 1년6개월 만에 보시라이에게 종신형이라는 중형이 내려졌다. 물론 보시라이가 항소할 수는 있지만 재판 결과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치적 타협으로 10~15년의 징역형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법원이 보시라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데는 '괘씸죄'와 함께 중국 최고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화권 매체들은 보시라이가 지난달 재판과정에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고 무죄를 주장하며 최고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린데다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서 보시라이가 핍박 받는 좌파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것도 선고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보시라이 재판의 결과는 일단 시진핑 주석의 부패척결 의지가 한층 강도 높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다. 지난 7월 말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보시라이 처리 방향에 대해 계파 간 암묵적 합의를 한 결과가 이번 선고로 나타난 만큼 선고 결과에 대한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기득권 세력의 부패척결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이 주도하는 부패척결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경우 보시라이의 후원세력인 저우융캉 전 정법위원회 서기에게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날 21세기경제보 등 중국 매체들은 잇따라 석유방과 연계된 저유융캉 친인척들의 비리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비리 의혹이 있는 인물이 저우융캉의 동생인 저우잉린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시라이 재판 결과가 시진핑 체제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재판과정에서 보여줬던 중국 최고지도부의 심각한 부패는 중국인들에게 정치적 회의감을 안겨줬다. 특히 보시라이 지지세력들은 개혁ㆍ개방으로 생겨난 빈부격차 확대와 부패 심화에 주목하면서 국가가 이들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충칭 모델과 창훙다헤이(唱紅打黑)를 바탕으로 보시라이를 좌파 지도자로 치켜세우며 시진핑 체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보시라이는 선고에 앞서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여러 번 투옥됐던 아버지의 뒤를 따라 감옥에서 명예회복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보시라이가 정치생명을 되찾기는 어렵겠지만 충칭에 보시라이의 유산이 풍성하게 남아 있다"며 "지방부채 등으로 충칭에 위기가 나타날 경우 보시라이에 대한 추억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정치가 왼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시진핑 체제에서 정치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한편 SCMP는 이날 보시라이가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11월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18기중앙위원회 3차전체회의(3중전회) 전에 보시라이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중국 최고지도부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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