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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베 노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


정치부 서정명기자

일본 국민들이 아베 신조 총리와 내각에 대해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보내고 있다. 4일 취임 100일을 맞는 아베 총리는 취임 때만 하더라도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한 역대 총리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는 냉소를 받으며 출범했지만 지금은 일본 국민들에게 개혁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아베 총리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변화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의 ‘비밀 노트’에 해답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 전후 최연소 총리로 선출되는 등 국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내각 인선에 실패하고 민생경제를 등한시하면서 결국 1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때부터 그의 변신이 시도된다. 총리 퇴임 이후 부실 인선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실패한 정책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찾아내어 개선방안을 강구했다. 그는 비밀 노트에 어떻게 인사검증 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장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무라이 경제를 어떻게 개조해야 하며 국민들에게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 세밀하게 적어놓았다.



5년간의 와신상담 끝에 그는 지난해 12월 다시 총리에 올랐고 겸허하게 비밀 노트에 적어놓은 국정운영 비전과 철학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기부양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고 정치 경쟁자를 내각과 당에 기용하는 등 탕평책을 구사하고 있다. 2006년의 실패와 좌절을 적어뒀던 비밀노트가 약(藥)이 돼 국정운영의 자양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장차관급 고위인사 6명이 낙마하는 등 부실 인선이 터져나오면서 지지율은 40%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고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미숙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경제정책 혼선, 대변인실의 엠바고(보도유예) 실수, 성의 없는 ‘17초 대국민 사과’ 등이 겹치면서 국가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30여일간의 실수와 과오를 꼼꼼하게 빨간펜으로 수첩에 적고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 박 대통령의 수첩에 빨간펜 자국이 많을수록, 실수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개선책을 마련할수록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단순한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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