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에서 유일한 동물원인 부산 '더 파크'가 기대 속에 문을 열었지만 비싼 입장료와 턱없이 부족한 주차 시설 등으로 이용객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부산시가 동물원 유치에만 급급한 나머지 민간업체에 특혜성 개장을 허가했다는 지적과 함께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해 '졸속 개장'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6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개장한 '더파크'는 개장 첫 주말과 휴일에 하루 7,000여명이 찾았고 지난 3일부터 시작된 황금연휴 기간 중에는 하루 평균 1만2,000여명의 가족동반 나들이객들이 몰렸다. 하지만 이 곳을 찾았던 대다수 시민들은 즐거운 나들이를 망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턱없이 비싼 입장요금과 교통지옥으로 변한 주변 상황 탓에 나들이가 '고생길'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더 파크'의 입장요금은 어른 1만9,000 원, 청소년 1만7,000원, 어린이 1만5,000원이다. 하지만 이는 '서울대공원' 보다 6배 이상 비싸고, 대규모 놀이시설을 갖춘 '대전 오월드' 보다도 58%(어른 기준)나 높다. 서울대공원의 경우 어른 3,000원,청소년 2,000 원,어린이 1,000 원이며, 대전오월드는 어른 1만2,000 원,청소년 7,000 원,어린이 5,000 원 등이다. 따라서 어린이를 동반한 4인 가족이 더파크에 입장하려면 최소 6만8,000원이나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어린이날 연휴에 더 파크를 찾은 정모(45)씨는 "부산에 하나밖에 없는 동물원이 생겼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 보니 가족과 함께 입장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정씨는 결국 입장을 포기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비싼 입장료뿐 아니라 열악한 주차시설은 더 큰 문제로 떠올랐다. 현재 이 곳 주차장은 800면에 불과한 만면 동물원 이용객 차량은 휴일 평균 5,000 여대를 넘고 있다. 주차 공간이 이용 차량의 20%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차량들이 갈 곳을 잃고 헤매는 동안 주변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동물원이 위치한 초읍 어린이대공원~시립도서관~부산종합운동장 월드컵대로 2.3㎞가 차량 들로 뒤엉켜 하루 종일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시민들의 기대 속에 개장한 동물원이 오히려 시민 불편만 가중시키는 '애물단지'가 되면서 민간업체에 대한 부산시의 '특혜행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시는 당초 모 업체에서 추진하던 더 파크가 8년째 표류하자 지역 건설업체인 삼정기업을 참여시켰다. 시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아 기존채무를 해결한 후, 삼정기업이 추가 투자하는 형식이다. 시공 역시 삼정기업에 맡겼다. 특히 부산시는 사업자가 요구하면 감정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최대 500억원에 소유권을 의무적으로 매입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했다. 부산시가 동물원 유치에만 급급한 나머지 특정업체에 사실상 특혜를 베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경실련은 이날 부산시가 삼정 더파크의 입장요금 인하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셔틀버스운행, 주차장 추가 확보 등 근본적인 교통대책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부산경실련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운영한다는 이유로 입장요금을 자율에 맡겼다면, 부산시가 나서서 동물원 개장을 위한 전담부서와 인력을 배치하고, 운영이 어려울 경우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특혜와 지원을 할 이유가 없다" 며 "부산시는 지금이라도 삼정더파크와 입장요금 인하 협상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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