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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 시대 개막
입력2005-04-20 14:04:07
수정
2005.04.20 14:04:07
전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이끌 새 교황으로 독일출신 요제프 라칭어(78) 추기경이 19일 선출됐다.
새 교황은 '베네딕토 16세'를 이름으로 사용하기로 결정, 가톨릭 2천년사에서요한 바오로 2세 시대에 이은 제265대 베네딕토 16세 교황 시대가 개막됐다.
1922년까지 재임한 이탈리아 출신 베네딕토 15세의 이름을 승계한 베네딕토 16세는 가톨릭 사상 8번째 독일 출신 교황이며,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거의 500년래 두번째 비이탈리아 출신 교황이다.
또 1730년 클레멘트 12세가 역시 78세로 교황에 선출된 후 275년 만에 교황 즉위 당시 최고령인 교황으로 기록되게 됐다.
교황청은 새교황이 이날 콘클라베 직후 교황직을 수락하면서부터 교황권이 발효됐으나 일요일인 오는 24일 성베드로 광장에서 취임 미사를 통해 공식 취임식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베네딕토 16세는 호르헤 메디나 칠레 추기경이 새 교황의 이름을 발표한 뒤 성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순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교황으로서 첫 축복을 내렸다.
그는 "형제자매들이여, 위대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추기경들이주님의 포도원에서 일하는 보잘것 없고 미천한 일꾼으로 나를 선출했다"며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기도에 나 자신을 맡긴다"고 말했다.
◇교황 선출 과정=베네딕토 16세 선출은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이뤄졌다.
지난 2일 교황 바오로 2세가 선종한 후 8일 장례식이 거행된 후 16일까지 애도기간이 끝나고 18일 교황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가 시작된 후 이틀째 오후 교황이 결정됐다. 콘클라베 이틀만에 교황이 뽑힌 것은 100년 내 3번째로근년의 콘클라베에서는 교황 선출에 평균 사흘 정도 걸렸다.
콘클라베 참가권이 있는 전세계 80세 이하 추기경 115명은 콘클라베 첫날인 18일 오후 시스티나 성당에서 한차례 투표를 실시했으나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는 교황 선출에 실패했음을 알리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틀째인 19일 오전에도 두차례 투표가 실시됐으나 역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가 이날 오후 투표에서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흰 연기가 피어올랐고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도 10분 간 종이 울려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렸다.
교황청 라디오 방송은 이날 저녁 새 교황 선출 소식을 전하면서 콘클라베 이틀째에 새 교황이 선출된 것은 대단히 빠른 속도라고 전했다. 새 교황은 4∼5차례의투표 끝에 선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든 수천명의 순례자와 관광객들은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종이 울리기도 전에 "교황이여 영원하라"를 외치며 환호했고 성베드로 광장에는 순례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향후 일정 및 취임식 = 베네딕토 16세의 교황권은 콘클라베에서 선출된 직후"수락하겠다"라고 짧게 답한 순간 바로 시스티나 성당 안에서 발효됐지만 오는 24일일요일 미사를 통해 공식 취임식을 갖는다.
과거 대관식으로 불리던 취임식은 지난 1978년 요한 바오로 1세가 폐지, 후임요한 바오로 2세도 하지 않았다. 취임미사에서 추기경들은 교황의 반지에 입을 맞추고 교황은 추기경들을 껴안고 설교도 할 예정이다.
취임미사에 앞서 베네딕토 16세는 19일 저녁 추기경단과 만찬을 함께 하고 콘클라베 참가 추기경들의 숙소인 산타 마르타 호텔에서 밤을 보낸 후 20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4시) 시스티나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시스티나 성당에서 라틴어로 진행할 20일 미사 또는 24일 취임 미사를 통해 새교황이 앞으로 가톨릭을 이끌어나갈 방향이 제시될 전망이다.
◇예고된 결과 = 베네딕토 16세는 이번 콘클라베 전 거론된 3∼4명의 유력 후보들 가운데서도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로 꼽혀왔다.
'교황으로 들어가면 추기경으로 나온다'는 콘클라베의 속설은 폴란드 출신인 전임 요한 바오로 2세가 깜짝 선출됐을 때에도 들어맞았지만 이번에는 맞지않았다.
그는 1981년부터 신앙교리성 수장으로 전임 요한 바오로 2세를 보좌하며 '부교황', '요한 바오로 3세' 등으로 불릴 정도로 교황청 내 입지를 굳혀왔고,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후 각종 장례관련 미사를 집전해 자연스럽게 콘클라베에 앞선 선거운동의 효과도 거뒀다는 분석이 무성했다.
심지어 그가 콘클라베를 사실상 조종하고 있으며 콘클라베 전에 이미 당선에 필요한 77표에는 못미치지만 40∼50표를 확보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콘클라베 직전 그가 10대 때 나치의 청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에 가입했으며 2차대전 당시 항공기 엔진을 만들던 BMW 공장의 방공포 부대에 근무했다는 전력시비가 일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찬반양론= 베네딕토 16세의 보수적 교리해석을 둘러싸고 각종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가톨릭 안팎에서 찬반 양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임 요한 바오로 2세 못지 않게 해방신학, 낙태, 피임, 동성애, 인간 복제, 여성 사제서품, 개신교와의 공동 미사(예배) 등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베네딕토 16세가 당선된 것은 이미 많은 신자가 이탈하고 있는 가톨릭에는 악영향을미칠 것이라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가톨릭 개혁운동 단체인 `아래로부터의 교회(키르헤 폰 운텐)' 베른트 괴링 대표는 "라칭어 추기경의 새 교황 선출을 재난으로 본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바티칸의 기존 정책과 방침을 재확인해주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바티칸은 많은 사람들이 계속 교회를 등지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의 프란츠 뮌터페링 집권 사회민주당 당수는 새교황은 종교 간 대화와 포용을 중시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 대해 추기경단이 78세의 새교황을 선출한 것은 58세의 젊은나이에 선출돼 26년간이나 장기 재임했던 요한 바오로 2세의 전철을 밟지 않고 좀더단기간 재임할 과도기적 교황을 원했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신앙교리성장으로 재직하면서 그가 보여온 완고하고 독단적인 성향에 불만을제기해온 개혁성향의 추기경들에 대해서는 가톨릭을 이끌어나갈 일종의 유화적인 제안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바티칸시티 APㆍ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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