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청와대 비서진의 진용이 꾸려졌다.
전체적으로는 친박근혜계 핵심인 허태열 비서실장과 이정현 정무수석 내정자가 '쌍두마차'체제를 구축해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과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9수석의 경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거나 대선 기간 외곽에서 박 당선인을 도운 '박근혜 인물'을 대거 중용해 실무전문가형으로 전면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결국 박 당선인이 강하고 실용적인 청와대를 만들어 집권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부처 간 의견마찰과 갈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국정운영을 흐트러짐 없이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박 당선인 측의 한 핵심관계자는 "집권 초기에는 청와대가 주도권을 쥐고 국정 방향을 제시해야 내각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면서 "이번 청와대 비서실 인선에서 허태열ㆍ이정현 투톱 라인을 비롯해 수석들 중에서 당선인을 잘 아는 인물들이 포진해 이 같은 목적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 비서진이 당선인 측 사람들로 채워지면서 수석들이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박 당선인의 지시와 명령에만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해바라기 청와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친박 투톱 체제로 강한 청와대 겨냥=19일 발표된 청와대 수석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친박 인물들이 많다. 이정현 정무수석(인수위 정무팀장)을 비롯해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 곽상도 민정수석(정무분과 전문위원), 최성재 고용복지수석(고용복지분과 간사),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여성문화분과 간사),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유엔 정보통신기술 국장) 내정자 등이 인수위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대선 캠프에서 박 당선인을 도운 인물들이다. 특히 허 비서실장 내정자와 이정현 정무수석 내정자는 친박 핵심 인물로 국정 전반에 걸쳐 박 당선인의 메시지를 청와대 수석과 내각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의 생각을 잘 읽고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진두지휘할 중책을 비서진에게 맡겨 강한 청와대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2인자를 두지 않는 인사 스타일이지만 국정 초반에는 정무감각이 뛰어난 허ㆍ이 카드를 적극 활용해 국회ㆍ내각 등과 의견조율에 나설 것"이라며 "집권 초반에는 강한 청와대를 구현하다가 국정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자신의 공약대로 내각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석은 해당 분야 전문가 위주로 인선=청와대 수석은 내각의 17개 부처 장관들처럼 정치색은 배제하고 해당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형 전문가들로 기용했다. 이는 능력을 인정받은 인사를 다시 기용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관이 반영된 것이지만 국정운영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분명히 제시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당선인은 청와대가 과거처럼 내각에 깊숙이 개입해 정부 부처를 장악하거나 정책을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내각의 연결창구로서 비서진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한 청와대를 지향하면서도 군림하는 청와대는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내정자는 박 당선인의 공약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인수위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곽상도 민정수석 내정자는 인수위에서 국정원ㆍ감사원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에 깊이 간여했으며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내정자는 30여년간 문화관광 분야에 몸담아온 정통 관료다. 청와대 3실장ㆍ9수석 등 12명의 평균 연령은 61.1세로 내각 내정자 18명의 평균 연령 58.2세보다 약 세 살가량 많다. 12명의 내정자 가운데 성균관대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대 3명, 서강대 1명, 동국대 1명, 육군사관학교 2명 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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