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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거장의 호쾌한 붓놀림

하종현 작가 3년만에 개인전

50여년 작품 세계 한눈에… '그을음' 활용한 신작도 선보여

하종현, ‘접합(Conjunction) 14-5’, 마대에 유화, 73 x 92 cm, 2014년작

하종현, ‘접합(Conjunction) 95-026’, 마대에 유화, 185 x 185 cm, 1995년작

9월 17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K1·K2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단색화의 대표 작가 하종현(80)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 이후 3년 만의 개인전이다. 개인전에서는 작가의 지난 50여 년의 작품 세계를 한 곳에서 살필 수 있는 것은 물론 팔순 작가의 생동감 넘치는 신작도 대거 만날 수 있다. 전시 첫 날인 17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지난 작업들이 국제적 관심을 받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럼에도 이 작가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작품들과 연속성을 가지되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종현이 이번에 선보인 신작은 작가의 고유 작법이 녹아있는 ‘접합(Conjunction)’ 연작의 연장선에 있다. 촘촘히 짜인 마대를 캔버스로 활용, 뒷면에서부터 두꺼운 물감을 밀어낸 후 앞면에 흘러나온 부분을 손이나 나이프로 눌러 색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흙을 연상케 하는 암갈색, 도자기가 떠오르는 회백색 등 자연의 색들만을 제한적으로 사용한 점도 닮았다. 하지만 자기 반복이라고 쉽게 단정하지는 말자. 작가는 신작을 작업하며 ‘그을음’을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캔버스 뒷면에서 배어 나온 흰색의 물감에 연기를 씌워 또 다른 자연의 색감을 얻어냈다. 이 표현법은 작가가 70년대 실험적으로 사용했던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하종현은 “도자기는 열을 가해 구움으로써 색과 질감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흰색의 물감에 그을음을 입힘으로써 도자기가 가진 자연의 회백색을 나만의 방식으로 얻어낸 셈”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전에서는 작가의 신작뿐 아니라 그가 반세기 동안 추구해온 작업방식과 조형언어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데서도 의미가 깊다. 그의 작업방식은 그림이 특정한 시각적 의미나 뜻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작가가 취하는 신체적 행위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통찰을 주었다.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고 칠하는 회화에 대한 일반적 통념을 뒤엎는 것이기도 했다. 단색화가 근래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다. 서양의 회화가 추구하는 핵심적 가치, 즉 물감이 어떻게 발리는가에 대한 고민을 지구 반대편의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그것도 60~70년대부터 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서양화의 본류라 할 수 있는 서구 미술계를 놀라게 한 셈이다.



굳이 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거대한 캔버스를 바탕으로 호쾌하고 자유분방하게 붓을 놀려 드러낸 거친 질감과 색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9월 17일부터 10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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