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의 생머리로 수줍은 미소를 날리던 '원조 꽃미남' 이현(29)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에 꼭 어울릴 법한 감성 어린 신곡을 들고 돌아왔다. 그룹 오션의 창단 멤버로 메인 보컬을 담당하며 소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이현이 지난 2005년부터 2007년 9월까지 강원도 삼척의 23사단에서 2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직후부터 준비한 싱글 '더 원(The One)'이 오는 10일 발매되는 것. "긴 머리는 잊어 달라"고 말문을 연 이현은 "2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노래에 대한 마인드가 전부 바뀌었다. 이전에는 인기와 돈도 따졌다면 이제는 노래 그 자체만 보고 달려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군악대 트럼펫 연주자로 군 복무를 한 이현은 당시 한 해에 300건도 넘는 군 행사를 뛰었다. 군 내부에서 진행하는 행사 외에도 양로원과 고아원, 인근의 강원대 삼척 캠퍼스에 대민 지원을 나섰다. 가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열악한 무대 환경과 음향 시설이었지만 오히려 군 복무를 통해 노래에 대한 초심을 다질 수 있었다. "이전에는 '왜 노래가 안 뜨지, 이 행사는 수입이 얼마지'하며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생각도 했죠. 좀 허름한 곳의 행사 때는 그야말로 대충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군대에서는 더 소소한 곳까지 찾아 갔고 그 곳에서 어린 아이들과 어르신들 앞에서 아무 대가 없이 노래를 부르며 몸과 마음이 즐거웠어요. 내 노래가 아닌 유행가나 트로트도 불렀죠. 그 때 '내가 그동안 타락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에 가수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노래할 때 보다 순수한 마음이 생겼죠." 오션의 멤버 황성환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 그룹 '애프터 레인'이 예상보다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은 뒤 이현은 가수를 그만 둘 결심도 했다. 음악 활동 외에는 사회 생활 경험이 전무한 아들을 염려하는 아버지를 안심시키려 고모가 운영하는 통닭집에서 8개월 동안 하루 200~300마리의 닭을 튀기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를 향한 운명의 끈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인생이 저를 자꾸 음악으로 이끄는 것 같아요. 일부러 연예 사병이 아닌 현역을 지원했는데 군 악대에 불려 간 것도 그렇고. 제 홈페이지에 들어와 제대 날짜를 하루 하루 세며 기다려 준 팬들도 그렇고. 지금 매니저가 전역도 하기 전에 저를 찾아와 음반 내자고 제안해 준 것도 그렇고요." 노래에 대해, 인생에 대해 새로운 각오를 다진 이현이 비장의 무기로 준비한 타이틀 곡 '자존심'은 그 특유의 미성이 강조된 정통 발라드 곡이다. 영국 유학파 이재영이 작곡을 맡고 브라운아이드 걸스의 '세컨드'를 작곡한 오승은이 편곡을 맡은 '자존심'은 이별 후 아픔을 느끼는 남자의 심리를 담았다. "주변의 커플들을 보면 열에 아홉은 '잘 가라'라면서 헤어지는 것 같아요. 왜 속 마음을 얘기하지 않죠? IMF 이후 사람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다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려고만 하는 것 같아요. '아프면 '아프다', 슬프면 '슬프다'고 솔직하게 얘기하자는 곡이에요. 요즘은 테크니컬한 곡은 많아도 심금을 울리는 곡은 없잖아요. 저만의 감수성으로 청중들의 가슴에 스며들고 싶어요. 그게 이현의 강점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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