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기는 5번기나 7번기에 비해 확실히 박진감이 있다. 제1국을 이긴 이세돌은 이제 딱 한 판만 더 이기면 우승이다. 제1국을 패한 콩지에는 벌써 막판이다. 오늘 또 지면 끝장인 것이다. 승부란 원래 비정한 것. 흑백을 바꾸어서 제2국이 속개되었다. 이번에는 이세돌이 백번이다. "이세돌은 원래 백으로 두는 바둑에 능합니다. 체질적으로 맞는 것 같아요."(유창혁) 타이젬의 오늘 해설은 유창혁9단이 맡았다. 조훈현시대에 청소년 기수로 촉망 받았고 정상의 일각을 차지하는 데도 성공했던 유창혁. 어느덧 그의 나이가 43세. 전성기에는 조훈현, 이창호와 함께 한국랭킹 3위권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정상권에서 벗어나 있다. 요즈음은 바둑TV의 해설가로 정평을 얻었다. 한국기원의 이사로도 이름을 올렸고…. 흑7의 슬라이딩이 이 판의 골격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 슬라이딩은 실리바둑으로 가겠다는 선언과 같다. 물론 백은 이 수를 외면할 것이다. 콩지에도 그것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구태여 이 슬라이딩을 서둔 것은 서반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작전이기도 하다. 제1국에서도 콩지에는 서반을 빠르게 두었는데 오늘도 역시 빠르게 가고 있다. 흑9는 일관된 실리작전. "사실은 이 장면에서 흑이 갈등을 하게 되지요. 협공하는 수도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지요."(유창혁) 참고도1의 흑1로 협공하면 백은 2로 좌상귀를 지키고 4로 붙여 우상귀까지 접수하는 길로 가게 된다. 대신에 흑은 상변을 큼지막하게 차지하게 되는데 콩지에는 변보다 귀를 선택하고 말았다. 실전보 흑11은 절대수. 참고도2의 흑1로 뛰어나오는 것은 백에게 2를 허용하여 흑의 불만이다. 제13회 삼성화재배 결승제2국
○ 이세돌 9단
● 콩지에 7단
(2009년 1월 21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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