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 따르면 친러 분리주의 세력은 11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분리독립안이 가결됐다고 선언했다. 이번 투표는 공신력 있는 국제기관의 감독 없이 치러졌다. 분리주의 세력이 스스로 결성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선거관리위원회의 로만 랴긴 위원장은 "(도네츠크) 유권자 약 300만명 중 75%가 표를 행사했고 이 가운데 89%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투표 결과를 집계하고 있는 루간스크에서도 도네츠크와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투표가 마무리되면 독립선언 후 러시아로 편입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오데사·하리코프 같은 여타 지역도 주민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친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미국·유럽연합(EU)은 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파벨 페트렌코 우크라이나 법무장관은 "동부 두 지역의 주민투표는 불법이며 법적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러시아가 주민투표 저지에 힘을 쓰지 않은 사실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2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대러시아 추가 제재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투표가 통과됐음에도 이들 지역의 분리독립 및 러시아 편입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동부는 주민구성이 복잡하고 러시아가 합병을 결정할 경우 서방의 격렬한 반대를 각오해야 한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주민투표 연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의 선택지는 열려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주민투표 결과를 놓고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 연방제를 압박할 수단을 확보하게 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동부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응답자의 70%는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NYT는 "분리독립을 거부하는 주민은 투표에 불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찬성표가 찍힌 투표용지 10만장을 운송하던 무장괴한들이 적발되는 등 대규모 부정행위 정황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한편 투표 진행을 막기 위한 정부군과 친러 세력 간의 유혈충돌도 벌어졌다. 도네츠크에서는 정부군이 분리주의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