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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 이세돌의 고압전술

제1보(1~14)



이세돌은 삼성화재배와 궁합이 잘 맞는 모양이라고 김성룡이 말했다. 8강전에서 이창호를 꺾고 준결승에 가뿐히 올라선 이세돌의 상대는 중국의 황이중이었다. 황이중은 1981년생으로 이세돌보다 2년 연상이었다. 신인왕전 출신으로 진작부터 주목을 받아온 황이중이었지만 후배인 구리(83년생)나 천야오예(89년생) 등에 떠밀려 다소 빛이 바랜 기사였다. 삼성화재 부산사옥. 날카로운 인상의 이세돌과 어딘지 둔해 보이는 황이중이 마주앉았다. 검토실에는 일부러 부산까지 내려간 흑기사 김승준9단과 랜드김 김성룡이 자리잡았고…. 흑기사는 얼굴이 검어서 붙은 별명이고 랜드김은 전자랜드배에서 깜짝우승을 차지해서 얻은 별명이다. "이세돌은 원래 백번을 잘 두는 사람인데 흑번으로 두게 됐네요."(김성룡) 백6으로 굳힌 것은 천천히 가겠다는 선언. 흑11까지 양날개를 벌려 흑의 포진이 웅장하다. 백12는 일관성있는 실리취향. 여기까지 노타임으로 두던 이세돌이 3분쯤 뜸을 들였다. 작전의 기로인 것이다. 김승준이 참고도1의 흑1 이하 13을 주루룩 놓아보이며 말했다. "이렇게만 된다면 흑이 아주 기분좋은 진행이지요." 이세돌이 선택한 수는 실전보 흑13의 어깨짚기였다. "고압전술로 나오는군요."(김성룡) "백의 응수를 보아가면서 실리냐 세력이냐를 결정하겠다는 착점입니다. 만약 백이 올라서면…"(김승준) 참고도2의 백1이면 흑2 이하 8로 두어 세력대신 실리로 돌아설 것이라고 김승준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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