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굶어 죽은 소년 사진 보고 탈북자 역 출연 결정" 영화 '크로싱' 탈북 가장 김용수 역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 사진=이혜영 기자 배우 차인표가 4년여에 걸친 비밀 프로젝트 끝에 탄생한 영화 '크로싱'(감독 김태균, 제작 캠프B)에서 주인공인 탈북자 역할을 맡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차인표는 18일 오전 서울 정동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영화 '크로싱'의 제작보고회에서 "처음엔 탈북자가 주인공인 이 영화의 출연을 거절했다. 탈북자들이 중국, 한국을 비롯해 세상 어느 곳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것처럼 실제로 영화가 만들어진다 해도 영화 또한 관객에게 환영 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마음 속에 많이 있었다. 두 달여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출연을 거절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출연을 거절하고 집에 와서 인터넷을 하며 탈북자에 관한 내용을 뒤지는데 청진 역에서 굶어 죽은 북한 소년 사진을 보게 됐다. 팔목이 내 팔목의 삼분의 일도 안되는 그 아이가 가방을 꼭 끌어안고 죽은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 소년이 이렇게 될 때까지 과연 무엇을 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천만이 넘는 동포들이 그렇게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한 게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 많이 울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게 해서 차인표는 함경남도 대표 축구선수였지만 현재 탄광에서 일하며 하루하루 가족의 끼니 걱정을 하는 북한의 평범한 아빠 김용수 역을 맡기로 결심했다. 원조 몸짱 배우로 불리는 그이지만 달리기를 제외한 모든 근육 운동을 중단해가며 탈북자 용수에 걸 맞는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감독과 함께 떠난 몽골 헌팅에서는 사나흘 동안 열병을 앓으며 식음을 전폐했고 그런 과정에서 서서히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의 아빠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탈북한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아픔을 느끼는 것이 내 심정이라면 참여는 실천이잖아요. 하지만 그 사람들의 처지를, 용수가 겪는 고통을 똑같이 겪지는 못했죠. 희한하게도 몽골의 사막에 헌팅을 갔는데 몸이 너무 아팠어요. 4일이 넘도록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사나흘을 굶고 나니 먹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나데요. 너무 배가 고팠어요. 내가 선택한 경험은 아니지만 그런 경험들이 용수라는 인물로 빠져드는데 도움이 됐어요." 차인표는 극중 아들 준이 역을 맡은 신명철과 연기하면서 부정이 더욱 돈독해졌음을 고백했다. 폐결핵에 걸린 아내의 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탈북한 김용수로 분한 그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고 수용소에 끌려가는 등 엄청난 고초를 겪으면서도 인내하는 준이를 보며 자신의 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제 아들로 나오는 준이와 친아들인 정민이가 같은 11살이에요. 작년에 영화 촬영하는 내내 준이가 처한 환경들 때문에 굉장히 가슴이 아팠어요. 내 아들 정민이와 오버랩 됐죠. 만일 내 아들이 먹을 게 없어서 배를 쫄쫄 굶고 있다면, 아파도 약도 없는 상황이라면 내 마음이 어떨까하고 생각했죠.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아이들에게 미국이든, 러시아든, 세계 어디서든 '널 돕기 위해 일어섰단다. 단 한 사람이라도 너의 상황을 알고 있단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인표는 '크로싱'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인 탈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첫 영화인 것에 대해 "종종 나에게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 거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정치할 생각은 전혀 없다. 굶는 아이들이 불쌍해서 그 아이들 대신 울어주려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 정치색 있는 영화가 아니다. 질병과 가난과 압제에 노출된 채 숨도 못 쉬며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 미약하나마 이 영화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김태균 감독은 차인표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어떤 모임에 갔다가 차인표씨를 봤다. 그 때 직관적으로 '이 사람이다'라고 느꼈다. 이 영화를 충실히 만들려면 배우에게도 희생할 부분이 많았다. 잠자리도 먹는 것도 충분히 제공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누가 이런 열악한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을까. 누가 이 민감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해답은 차인표씨 밖에 없었다. 그가 컴패션 활동을 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고 고통 받는 북한 아이들을 진심으로 생각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캐스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 차인표 "통일안되면 자식 이민 보내고 싶다" ☞ 차인표, 후배 여가수에 바치는 '러브레터' ☞ 차인표-신애라 부부 두번째 입양 "사랑 얻었어요" ☞ '일등 아빠' 차인표, 입양한 딸과 셀카 찰칵!찰칵! ☞ 차인표 "내딸 예은이 별명은 얼음공주"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