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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6억2,000만원선이던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 옥수 리버젠' 134㎡(이하 전용면적)의 전셋값은 연말께 8억2,500만원으로 올랐다. 연간 변동률이 33%에 달했다. 인근 '옥수 어울림' 85㎡도 3억9,000만원에서 5억4,000만원으로 38%나 뛰었다. 지난 2012년에 입주한 두 단지는 새 아파트인데다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 때문에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전반적인 오름세 속에서도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강남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서울 강북의 아파트 전세가격이 3.3㎡당 1,000만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거래 활성화 대책에 따라 일부 매매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세 선호 현상이 여전해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올 상반기 수도권 입주 물량이 예년에 비해 10% 가까이 줄어들 예정이어서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대란이 우려된다.
13일 KB부동산 알리지(www.kbreasy.com)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서울 강북 지역 14개구의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가는 1,026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기 서울 강남 11개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가는 1,306만원, 서울 전체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가는 1,178만원으로 조사됐다.
강북 지역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가는 지난해 9월 하순까지만 하더라도 989만원으로 1,000만원을 밑돌았으나 같은 해 10월 최초로 1,000만원을 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당 평균 전세가가 1,000만원을 넘어선 강북 지역 자치구는 모두 다섯 곳. 용산구가 1,113만원으로 가장 높고 광진구(1,073만원), 중구(1,065만원), 성동구(1,063만원), 마포구(1,032만원) 순이다. 모두 처음으로 1,000만원대를 처음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3.3㎡당 평균 전세가가 1,000만원이 넘는 자치구는 강남구(1,472만원), 서초구(1,422만원), 송파구(1,231만원), 양천구(1,010만원)를 포함해 모두 9곳으로 늘었다.
강북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가가1,000만원선을 돌파한 것은 강남에 비해 전셋값이 싸 서민 주거지로 인식되던 강북도 이제 고가 전세가 대세가 됐음을 의미한다. 함영진 부동산114(www.r114.com)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지역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전세가 상승률이 장기화하며 강북의 전세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며 "강북권도 더 이상 저렴한 전세를 찾기 어려워진 셈"이라고 진단했다.
강북 지역에서는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반면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저렴한 한강변 아파트가 많은 자치구의 상승세가 컸다. 한강변 재개발 아파트가 밀집한 성동구는 지난해 초 대비 전세가격 변동률이 18%로 가장 상승폭이 컸고 마포구도 14.2% 올랐다.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강북구도 600만원에서 695만원으로 15.8% 올랐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상대적으로 소형·저가주택이 많은 강북마저 전셋값이 폭등하며 전세를 찾아 서울 외곽으로 이동하는 '전세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 들어서도 매물 부족으로 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학군 수요까지 가세해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은 0.15%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신도시와 경기·인천은 각각 0.02% 올랐다.
특히 상반기 수도권 입주물량이 예년에 비해 9.4%가량 줄어들 예정인데다 공공 아파트가 상당수여서 봄 이사철을 맞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공급을 늘릴 수 없는 만큼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거래 활성화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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