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유력한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이 청와대 비서진의 전면교체를 주장해 여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24일 대구 칠성시장에서 열린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 지원유세에서 "무능한 이 나라의 총리와 행정부는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무능하고 소신 없는 청와대 비서실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총리를 비롯한 행정부와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비서들이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비정상적인 부분을 정상화하는 데 앞장섰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정가에서는 자연스레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김 의원의 이날 발언은 지난 23일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새누리당 의총에서 친박계인 황우여 전 대표가 참패하고 비주류인 정의화 의원이 압승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빨간불이 켜진 6·4 지방선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김 실장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이 지역구인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당이 더 이상 청와대에 끌려다녀서는 미래가 암담하다"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김 의원이 박 대통령에 대한 구애에서 벗어나 등거리 관계로 포지셔닝을 새롭게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 의원은 그동안 7월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을 의식해 정권에 비판적인 발언을 자제해왔다. 친박표를 염두에 둔 서청원 의원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박심의 위력이 현저히 떨어지자 새로운 좌표 설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인 서 의원이 최근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정부를 강하게 질타하며 관심을 끈 것도 자극제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위기관리형 비서실로 개편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청와대와 정부가 검찰 중심의 수직적 마인드에서 벗어나 다원적 리더십을 갖추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생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에서 연일 "김 실장의 사퇴 없이는 쇄신이 무의미하다"며 공격하는 상황에서 여당 당권주자마저 청와대를 겨냥하는 모양새여서 앞으로의 사태 전개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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